"50년 주담대 막차 타야돼" 은행에 몰린 대출자들, 7영업일 만에 1조↑

박슬기 기자 2023. 8. 2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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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 빚의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지목한 가운데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판매 중단이나 연령 제한 등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을 둔 것이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절판 마케팅'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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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대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 빚의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지목한 가운데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판매 중단이나 연령 제한 등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일부 대출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조치가 본격 시행되기 이전에 서둘러 50년 주담대 가입에 나서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당초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가이드라인에 연령 제한을 제시하려 했지만 입장을 선회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1조 가까이 불티나게 팔린 50년 주담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개 은행은 지난 21일까지 2조4892억원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판매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8661억원, 지난 9일 1조5034억원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 광복절 연휴를 감안하면 7월31일~8월9일, 8월10~21일 모두 7영업일로 기간이 같지만 증가폭은 6373억원에서 9859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지난 10일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우회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나이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오히려 50년 만기 주담대를 찾는 수요가 약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수협은행은 이날(24일)부터 50년 주담대 가입에 '34세 이하' 나이제한 조건을 추가하기로 결정내렸다.

경남은행은 50년 주담대를 오는 25일 접수분까지만 받고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이달 초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한 지 약 2주 만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연령대별 사용 목적 분석과 연령 제한을 검토한 후에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시작한 지 2개월도 채 되지않아 이달 말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50년 만기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을 내놓은 바 있는데 당초 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때부터 2조원 한도를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부산은행은 이달부터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5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대구은행도 특례보금자리론의 34세 이하 제한을 참고해 나이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광주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때부터 각각 34세·50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이처럼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을 둔 것이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절판 마케팅'으로 작용했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선 '50년 만기 막차 타야 한다'는 글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빚 증가의 원인은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에 있기 보다 주담대 금리가 3%대까지 낮아지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에 있다는 점이 더 관련 깊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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