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달 말부터 '독감 취급'… 팬데믹 3년여 만에 엔데믹 눈앞
2020년 1급 지정 이후 3년 7개월 만에 4급 하향
코로나 검사, 일부만 지원… 입원치료비는 중증만
정부가 이달 31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한다. 총 3단계로 설정된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가운데 2단계의 핵심 조치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을 공식화하는 3단계가 남아있긴 하지만, 3년여 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 속에 전 세계를 팬데믹(대유행)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가 이제 우리나라에선 독감과 같은 수준의 감염병으로 지정 관리되는 것이라 의미 있는 조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3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행안을 확인했다. 감염병 등급 하향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로 전환됐고 질병 위험도도 낮아진 데 따른 조치다.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 수준인 0.02~0.04%로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19는 2020년 1월 8일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 등과 같은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됐고 같은 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2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홍역, 수두와 같은 2급 감염병으로 조정됐고, 다시 1년 4개월을 지나 4급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4급 감염병엔 인플루엔자(독감), 수족구병,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감염증 등이 있다.
질병청은 다만 2단계 로드맵의 또 다른 주요 조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권고는 보류했다. 이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에서 감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남아있던 마스크 착용 의무는 당분간 유지된다. 정부는 방역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전면 권고 전환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도 '경계'를 당분간 유지한다.
고위험군·중환자 아니면 검사 비용 본인 부담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입원환자 등에 대한 코로나19 선제검사는 유지되지만, 기존 선제검사 대상이던 감염취약시설 보호자(간병인)는 필요할 때만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선별진료소 운영은 당분간 유지된다.
의료대응체계는 단계적으로 일반의료체계로 편입된다. 그간 코로나19 검사 비용의 경우 유전자증폭검사(PCR)는 유증상자에 대해, 신속항원검사(RAT)는 전체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러나 감염병 등급 하향으로 외래환자는 PCR과 RAT 모두 '먹는 치료제 대상군'(60세 이상 고령층,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에 한해 건보 지원을 받는다. 입원환자의 경우 PCR은 응급실·중환자실 환자, 먹는 치료제 대상군, 투석환자 등 위험군에만, RAT는 응급실·중환자실 환자에만 건보가 일부 적용된다. 나머지 환자는 비급여로 바뀌어 검사 비용(RAT 2만~5만 원, PCR 6만 원 이상)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치료제는 고위험군 집중 보호를 위해 내년으로 예상되는 로드맵 3단계 시행 시점까지 무상 지원 체제를 유지한다. 입원 치료비는 중증 환자에 한해 일부 지원한다. 백신은 일반 국민 연 1회, 면역저하자는 연 2회로 무료 접종을 계획 중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신고・집계는 중단되고, 감시체계는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 방식으로 바뀐다. 527개 감시기관을 지정해 코로나19 양성자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전국 17개 시도 64개 하수처리장에 이뤄지는 하수 기반 감시 등 다층 감시체계는 계속 유지된다.
3년 반 분투 끝 '엔데믹' 목전에
정부는 2020년 1월 첫 환자 발생 직후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그다음 달에는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펼쳐왔다. 그해 2월 29일에 사회적 거리두기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한때 유흥업소 집합금지명령,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및 실내 취식 금지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시행됐다. 2020년 10월 13일엔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고, 이듬해 4월엔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검토, 방역패스 도입 등 완화책을 시행하다가 바로 다음 달 유행이 재확산하자 방역 조치를 도로 강화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방역조치가 본격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 해제를 시작으로 6월 해외 입국자 격리의무 해제,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잇따라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올해 1월엔 의료기관 등을 제외한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됐다.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하면서 국내 코로나19 위기단계도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됐고, 이에 맞춰 확진자 격리 의무도 사라졌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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