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구멍뚫린 지역주택조합 피해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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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에게 복수하려면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권유하라고 한다.
기망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하는 것도 통상 형사 절차에서 사기죄가 인정되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마찬가지로 피해 구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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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에게 복수하려면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권유하라고 한다. 주택법에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만, 성공 확률이 낮고 조합원이 되었다가 내 집 마련의 꿈이 끔찍한 악몽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주택조합은 1980년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무주택자 위주의 조합 중심 사업 진행으로 여러 이점이 있지만 사업 진행, 완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금융시장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고 사기범죄가 개입될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병폐와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언론이 많이 알렸음에도, '신축 아파트를 저렴한 비용으로 장만할 수 있다'는 유혹은 집 없는 설움을 느끼는 서민들에게 여전히 달콤하고, '추가 분담금이 없다'는 등의 거짓말이 더해져 새로운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도 피해방지를 위해 이달 14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택조합 사기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서민들을 조금이라도 돕는 것도 중요하다. 민사 조치로는 조합가입계약이 기망에 의해 체결되었다고 주장하여 납부한 분담금 등의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형사 절차로 사기에 관여한 자들을 사기죄 등으로 고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사기죄는 그 자체로 범죄의 고의를 증명하기 어렵고, 사기꾼들이 미리 대비하여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기망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하는 것도 통상 형사 절차에서 사기죄가 인정되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마찬가지로 피해 구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행히 최근 기망에 의해 체결된 조합가입계약의 취소 및 분담금 등의 반환에 도움이 될 지난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선고 2022다293395 판결). '주택조합설립 동의율 달성', '대지의 사용권원 확보'와 같은 허위 광고가 문제되었는데, 실제로 누가 허위 광고를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한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직접 조합원 모집 등을 하지 않고 업무대행자 등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에 주목했다. 조합측 주장처럼 허위 광고를 제3자가 작성, 게시했다면 왜 작성자를 상대로 문제를 삼지 않았는지도 지적했다. 또한 허위고지와 계약상대방이 한 의사표시 사이에 자연과학 수준의 명백한 인과관계까지는 필요 없고 피해자를 기준으로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실무상 가장 주목할 부분은, 조합 대표자가 사기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았음에도 조합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형사 절차에서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민사상 사기 주장이 인용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그만큼 대법원도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이에 따른 사회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환영할 판결이나, 이 판결만으로 심각하게 부실하게 진행되거나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처음부터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 사건의 피해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해자들이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의 자력이 없다면 판결문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판결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후적인 법적 절차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들이 계속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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