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소도 청정에너지" CFE 인증제 만든다…관건은 '국제 확산'

김형욱 2023. 8. 2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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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대한상의, 내달 '무탄소에너지 포럼' 가동
韓 재생에너지 비중, OECD 꼴찌
기업들 'RE100' 이행에 한계
정부, 美·英 등과 협력 모색
CFE 국제기준 확산 노력 나서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와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 주도로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 기준을 만들어 이를 인증·거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脫)탄소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탄소 다배출 업종이 다수 포진한 국내 산업계 부담이 커지자, 원자력과 청정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같은 모든 탈탄소 에너지원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 통용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CFE포럼, 삼성전자·LG엔솔 등 참여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CFE포럼이 내달 중으로 포럼 의장과 워킹그룹장 등 인선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CFE포럼은 무탄소 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월 출범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CFE포럼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CFE의 범위와 기준, 인증서 거래방법 등을 결정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와 산업계가 아직 생소한 CFE 개념을 꺼내 든 것은 각국 정부·기업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현 탈(脫)탄소 움직임이 우리 기업의 숨통을 조여오는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RE100’ 캠페인이다. 오는 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기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00 캠페인은 다국적 비영리기구 클라이밋그룹 주도로 2014년 출범해 현재 41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여기엔 구글, 애플, BMW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이 다시 협력사에 RE100 이행 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납품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작년 기준 약 8.9%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꼴찌다. OECD 평균(27.3%·2020년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국내 기업들은 RE100을 이행하려 해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CFE를 국제 기준으로 만든다면 RE100을 비롯한 각종 ‘탄소 무역장벽’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RE100 대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구글과 유엔에너지 등은 하루 24시간 주 7일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취지의 ‘24/7 CFE’ 캠페인을 시작했다. RE100이 녹색 프리미엄 요금을 내는 방식의 우회로가 있는 만큼, 더 완벽한 탈탄소를 추구한 개념이다. 일찌감치 RE100을 달성한 구글 등 전세계 133개사가 이에 동참했다. 국내에선 한국수력원자력, 엔라이튼 등이 가입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CFE는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분야를 감안해 ‘24/7 CFE’보다 기업들의 부담이 덜 한 방향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의 청정에너지 기준을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청정에너지 대상을 재생에너지, 원자력, 청정수소를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로 정의했다. 화석연료를 쓰더라도 여기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저장(CCS)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청정에너지로 규정했다.

(왼쪽부터) RE100과 24/7 CFE 로고
“기업 현실적 문제 해결 방안 될 것”

관건은 국제 확산 여부다. 정부가 한국식 CFE 인증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더라도 이 인증서가 국내에서만 통용된다면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 무역장벽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RE100’, ‘24/7 CFE’ 등의 캠페인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확산에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국제 협력을 통해 제도를 보완,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차적인 협력 대상국은 스웨덴, 영국, 미국, 일본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이 발달해 있고,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이 쉽지 않은 국가들이다. 더 나아가 세계 41개 원전 활용국을 중심으로 확산을 꾀한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미 CFE 국제협력을 모색하고 나섰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 15~16일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회의에 참석해 올 하반기 APEC 기금 프로젝트로 CFE 활용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협상,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등 국제 협의체에 의제로 올리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나라마다 여건이 달라 ‘RE100’, ‘24/7 CFE’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모든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CFE는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공급이 여의치 않은 우리 기업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무탄소에너지(CFE) 포럼 출범식에서 주요 관계자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이창양 산업부 장관,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사진=산업부)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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