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엔 본 적 없는 ‘새 얼굴’로 승부… OTT는 지금 신예 배우들의 각축장

남정미 기자 2023. 8.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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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신인 배우 발탁해 신선함 더한 OTT 화제작들
디즈니+ 무빙에서 초능력자 '김봉석' 역을 맡은 배우 이정하. /월트디즈니코리아

“저 배우 누구야?”

최근 OTT 화제작인 넷플릭스 ‘마스크걸’, 디즈니+ ‘무빙’ 주인공을 보면 바로 이런 생각이 든다. 국내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1.5% 차이로 접전하며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두 작품의 포문은 모두 신예 배우가 연다. 지금껏 단역과 조연만 맡았거나(‘무빙’ 이정하),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아 오디션만 전전했던 무경력 배우(‘마스크걸’ 이한별)로 승부수를 띄웠다.

2018년 웹드라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를 통해 데뷔한 배우 이정하(25)는 지금껏 주연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는 ‘무빙’에서 그는 뛰어난 오감과 비행 능력을 갖췄지만,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고등학생 ‘김봉석’ 역을 맡았다.

이번 역할을 위해 30kg을 증량한 이정하는 "살을 빼고 나니 다들 '봉석이가 맞느냐. 괴리감이 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정하는 “원작 만화의 봉석이를 너무 좋아했다”며 “오디션 기회가 생겼을 때 ‘내가 한다면 캐릭터를 사랑하고 잘 표현할 수 있을 텐데’란 생각이 들면서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붙었다고 하니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오디션을 위해 연습 공간을 따로 만들고서, 일주일 동안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 역에 올인했다.

류승룡·조인성·한효주 등 ‘무빙’ 출연진을 통틀어 가장 얼굴이 낯선 존재지만, 그가 맡은 ‘봉석’은 전체 20부작 중 1~7회를 끌고갈 만큼 핵심적인 역할이다. ‘킹덤 2′ 등을 만들었던 박인제 감독이 “가장 미안하고 고마운 배우”라고 했을 만큼, 이정하는 고난도 와이어 액션 장면은 물론이고 몸무게를 30㎏ 늘려 외모적으로도 봉석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정하는 날아다니는 초능력자 '봉석'을 위해 무빙에서 첫 와이어 연기를 한다. /월트디즈니코리아

넷플릭스 ‘마스크걸’ 속 주인공 김모미 역을 맡은 신예 배우 이한별(31)은 아예 연기 무경력이다. 마스크걸은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외모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김모미가 파란만장한 삶을 겪으며 극적으로 변모해가는 이야기다. 성형과 세월에 따라 변하는 김모미를 세 배우가 3인 1역으로 연기하는데, 그중 이한별은 성형 전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김모미의 초반부를 연기한다. 고현정, 나나 배우가 또 다른 김모미 역으로 일찌감치 알려졌지만, 제작 발표회 직전까지도 이한별의 존재는 꽁꽁 감춰져 있었다.

이한별 배우가 맡은 '김모미'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다, 밤이되면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변신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김용훈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1000:1 경쟁률이었다”며 “수많은 오디션을 보며 운명적으로 이한별을 만났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니, 캐스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떠올려도 매칭되는 배우가 안 보였다. 기존 배우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지망생 에이전시까지 다 펼쳐서 찾게 됐다. 그러다 프로필 접수 모니터 화면에 뜬 이한별 배우를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실제 만나보니 굉장히 차분하고 지적이며, 인간적인 매력이 있더라.” 실제 이한별은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번번이 캐스팅에 실패해,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이 작품에 도전했다고 한다.

김용화 감독은 "신인배우가 1,2부를 끌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도 "대본 리딩을 하고 난 뒤엔 마음이 놓였다. 완벽하게 대본을 분석해왔더라"고 했다. /넷플릭스

OTT가 조연배우들의 문턱을 넓히고 신인의 등용문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공개돼 글로벌 시청 시간 1위에 오른 넷플릭스 ‘택배 기사’에선 신인 배우 강유석이 1500:1 경쟁률을 뚫고 주연급에 발탁됐고, ‘셀러브리티’의 박규영이나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등에 출연한 박해수는 넷플릭스 작품에 주로 출연해 이름을 알리면서 ‘넷플릭스의 딸’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PPL이나 광고 수익이 중요한 기존 방송과 달리, OTT는 이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신인 배우에게 오디션 기회가 많이 돌아가고, 다양한 배우를 발굴해 기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지나친 자율권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의 경우 배우 최승현(’빅뱅’ 탑)이 마약 전과 등에도 캐스팅돼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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