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기울어진 전통 건축물, 로봇 기술로 만들었네
로봇 팔로 나무 세밀하게 깎아 못 없는 전통방식처럼 짜 맞춰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캠퍼스에 올 초 놀이터 정글짐을 연상시키는 목조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이 들어섰다. 건축학과 이용주(44)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세운 ‘맞춤집’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사개맞춤(나무를 깎아 끼워 맞추는 결합 방식)을 로봇 팔 기술로 구현해 높이 3.7미터짜리 쉼터를 만든 이 작업은 최근 글로벌 건축 웹진 아키데일리에 소개됐다.
산업용 로봇 팔로 장부(결합 부위)를 깎은 목재 474조각이 239곳에서 맞물린다. 이 교수는 “로봇 팔은 공장 조립 라인에서 부품을 옮길 때처럼 단순한 반복 운동에 많이 쓰인다”면서 “장부를 정교하게 깎으려면 코딩으로 동선을 일일이 짜 줘야 한다”고 했다.
맞춤집은 지면에서 15도 정도 기울어 있다. “컴퓨터로만 구현 가능한 형태”를 만들어 기술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결과다. 곧게 선 구조물은 솜씨 좋은 목수가 손으로 부재를 다듬어 세울 수도 있지만, 기울어진 것은 수백 장부를 각각 미세하게 다른 각도로 깎아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계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부에는 벤치가 있다. 한옥의 장지문을 연상시키는 장식은 햇빛을 적당히 걸러 주는 여과 장치이자 전통의 은유다. “첨단 건축 분야에서 한국은 후발 주자입니다. 그렇다면 남들을 똑같이 따라가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주제가 한국의 전통과 환경이었지요.”
환경이라는 주제를 드러낸 작품 중엔 지난해 워크숍 작업이었던 ‘분해 농장’도 있다. 밀웜(파충류 사육용 먹잇감 벌레)이 스티로폼을 먹고 소화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건축 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드릴 대신 열선을 장착한 로봇 팔로 스티로폼 덩어리를 깎아 계단 형태를 만들고 밀웜이 분해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건설 폐기물에 스티로폼이 많이 나오는데 철거 과정에서 다른 재료들과 뒤섞여 분류조차 안 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컴퓨터는 생각을 구현하는 도구”라고 했다. 컴퓨터를 활용한 시도는 실험적이지만 실제 건축에 적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모든 공간을 만들 필요는 없으며, 일반적 건축의 한 부분에만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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