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기억해야 폭력의 역사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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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지진에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지우려는 '삭제의 죄악'에 맞서 당시의 기억을 복원해온 이들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김 교수는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다룬 한국과 일본의 문학 작품을 연구해왔다.
그해 김 교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다룬 문학작품을 연구해 논문 '1923년 9월 1일, 도쿄'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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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수가 말없이 건넨 자료 속에
일본 만행 고발한 시 담겨 있었다”
김 교수가 이 사건에 주목한 건 일본 와세다대 객원교수로 있던 2001년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문학을 연구하고 있나’ 고민하던 때였다. 윤동주 시인을 연구한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1933∼2023)가 그를 학살이 자행됐던 지바 지역과, 도쿄에 조성된 ‘간토대지진 조선인희생자 추모비’ 앞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자료집을 말없이 그에게 건넸다. 그중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壺井繁治·1898∼1975)가 1948년 쓴 시 ‘15엔 50전’이 있었다.
“자기가 흘린 핏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조선인 노동자 같은 사내를 이 눈으로 보았다/그것은 거기뿐만 아니라/가는 곳마다 행해진 테러였던 것이다”(‘15엔 50전’ 중에서)
시의 제목은 학살을 자행한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겐 어려운 발음이 있는 ‘15엔 50전’을 일본어로 말하도록 강요한 뒤, 제대로 못하면 살해했던 데서 비롯됐다. 김 교수는 “학살을 목격한 시인은 어둠에 압도되지 않고 현실을 고발했다”며 “이 시를 만난 뒤 폭력을 증언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것이 내가 문학을 연구하는 이유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해 김 교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다룬 문학작품을 연구해 논문 ‘1923년 9월 1일, 도쿄’를 발표했다.
자비를 들여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목격자의 증언을 수집해 온 일본 시민들의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1982년부터 학살 사건 진상 규명 운동을 펼쳐온 시민 니시자키 마사오 씨는 김 교수에게 “난 그저 100년 전 이곳에서 조선인 학살 사건이 있었음을 증언할 뿐”이라고 했다. 1973년부터 해마다 9월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열고 있는 미야카와 야스히코 씨(일조협회 도쿄도 연합회장)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은 폭력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기억의 힘이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끊어낼 거라고 믿습니다. (이 책이) 이들의 뒤를 이어 미래의 100년을 제대로 걸어가기 위한 첫 발자국이 되길 바랍니다.”(김 교수)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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