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장면이 원작에 있었나?”… ‘소설-영화-뮤지컬’ 3색의 묘미
히치콕 감독 흑백영화 ‘레베카’
뮤지컬 무대엔 강렬한 색 입혀… 스토리 이끄는 주인공도 바꿔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뮤지컬 대작들이 올해 잇달아 공연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원작 소설을 토대로 재구성하고, 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모았다. 원작 소설, 영화와 다른 뮤지컬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 바리케이드 전투 전 청년들 독려하는 장발장, 소설엔 없어
원작이 프랑스의 사회상과 종교, 낭만 등을 다룬 대하소설이어서 시간 제한이 있는 뮤지컬에서는 주인공 장발장과 자베르의 대립을 중심축으로 각색했다. 김영인 레미제라블 협력프로듀서는 “장발장과 자베르의 성격과 서사가 보다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바리케이드 전투를 앞두고 장발장이 마리우스와 젊은 청년들을 위해 넘버 ‘Bring him home’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설에는 바리케이드 전투 전 청년들을 독려하는 내용이 없다.
‘레미제라블’은 2012년 국내 관객 594만 명을 모은 휴 잭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과 영화의 넘버 구성은 거의 동일하지만 각각 서로 다른 한 곡씩 추가돼 있다. 공연 후반부 장발장이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구로 탈출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 ‘Dog eats dog’는 영화에선 생략됐다. 영화에서 장발장이 테나르디에 부부로부터 어린 코제트를 구하고 떠나는 장면에서 부르는 ‘Suddenly’는 영화를 위해 추가된 넘버다.
● 추리소설 로맨스로 바꾼 ‘오페라의 유령’
소설에선 유령에게 ‘에릭’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뮤지컬에선 이름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유령의 카리스마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유령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다”고 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영화(2004년)는 줄거리와 넘버는 흡사하지만 뮤지컬엔 없는 넘버 1곡이 추가됐다. 엔딩 크레디트까지 기다리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Learn to Be Lonely’를 들어 볼 수 있다.
●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 부각한 ‘레베카’
소설과 영화 모두 두 번째 드 윈터 부인인 ‘나’의 시선을 따라간다. 뮤지컬에서도 ‘나’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기괴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댄버스 부인의 존재가 단연 부각됐다. 댄버스 부인은 배우 옥주현과 신영숙, 리사, 장은아가 번갈아 연기한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는 “댄버스 부인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캐릭터”라며 “오케스트라 선율은 으스스함을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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