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은 문동주 것? 천만에 우리가 있다
천하의 선동열과 이종범도 품에 안지 못한 프로야구 타이틀이 하나 있다. 바로 신인왕이다.
1985년 해태 유니폼을 입은 선동열은 첫해 7승4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70이란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타율 0.304 12홈런 50타점 31도루로 그라운드를 휘저은 팀 동료 이순철의 기세에 눌렸다. 1993년 데뷔한 이종범 역시 그해 타율 0.280 16홈런 73도루라는 화려한 성적에도 타율(0.341) 장타율(0.598) 출루율(0.436) 등 3개 부문 1위에 홈런(23개)·타점(90점) 부문 2위로 전방위 활약을 펼친 양준혁(삼성)에게 밀려 타이틀을 놓쳤다. 한번 때를 놓치면 품에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는 게 바로 신인왕이다.
올해 신인왕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한화의 투수 문동주(20)다. 그는 22일까지 총 21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다승은 공동 10위, 평균자책점은 단독 10위다. 5월 다소 흔들렸을 뿐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6이닝 3자책점 이하의 퀄리티스타트도 8차례나 된다. 지난 4월 2일 KIA전에선 국내 투수 중 처음으로 시속 160㎞를 넘는 빠른 볼을 뿌렸다. 그는 이후 직구 스피드는 좀 느려졌지만, 힘을 뺀 투구로 타자를 제압하는 노련함이 더해져 순항 중이다.
문동주는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022년 데뷔해 올 시즌이 2년 차이다. 하지만 올 시즌 신인왕 요건을 갖췄다. 그는 지난 시즌 28과 3분의 2이닝만 던지고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에 2군에서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덕분에 그해 데뷔하지 않았더라도 이전 5년 동안 1군에서 30이닝 이상을 던지지 않은 선수는 신인 자격을 갖는다는 KBO리그 규정에 따라 올해 신인왕 자격을 갖췄다.
문동주의 빛에 가려 있지만 올 시즌 들어 눈에 띄는 새 얼굴이 많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KIA의 윤영철(19)은 올해 7승5패, 평균자책점 4.15로 선전 중이다. 공은 문동주보다 느리지만 제구가 좋고 구종이 다양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롭다. 아직까지 신인왕 레이스에서 문동주에 처지지만, 마지막 반전 가능성은 있다.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고,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끌어내리면 문동주에 못지않은 성적표를 내밀 수 있다. 문동주는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그 기간 국내 마운드에 나설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이 밖에 박명근(19·LG)과 최지민(20·KIA)도 불펜으로 나와 믿음직한 투구를 보여주면서 마운드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강릉고 출신인 최지민은 지난해 6이닝만 소화하며 12피안타 9실점했으나 올해는 50이닝을 넘게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이 2점대에 불과하다.
타자 중에선 롯데의 김민석(19)과 윤동희(20), 한화의 문현빈(19)이 눈에 띈다. 휘문고를 졸업한 김민석은 데뷔 첫해 97경기를 뛰면서 타율 0.275,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도 14개를 성공해 이 부문 공동 10위에 올라 있다. 신인 타자 중 주요 공격 부문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김민석이 유일하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지난해 4경기에만 출전해 13타수 2안타에 그쳤던 윤동희는 올해는 3할에 가까운 타율에 찬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심 타선에 위치할 정도로 존재감이 뚜렷하다. 문현빈 역시 22일까지 97경기를 소화하면서 한화의 미래로 기대를 받고 있다.
23일 잠실(롯데-LG) 수원(KIA-KT) 인천(NC-SSG) 대전(삼성-한화) 경기가 비로 취소된 가운데 유일하게 치러진 고척 돔 경기에선 원정팀 두산이 홈팀 키움을 11대4로 대파했다. 두산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29)은 1회 강습 타구에 뒤통수를 강타당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이하고도 6이닝 동안 3실점(2자책)으로 시즌 6승째를 올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朝鮮칼럼] 이 대표의 민주주의 對 재판부의 민주주의
- [태평로] 6개월 되도록 연금 논의기구도 못 만든 국회
- [데스크에서] 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 [김윤덕이 만난 사람] 끝나지 않은 ‘정율성 공원’… 민주화 聖地가 왜 6·25 전범 추앙하나
- 페이커로 본 리더의 자격 [여기 힙해]
-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CQD와 SOS… 타이태닉 침몰엔 과학이 숨기고 싶은 얘기가 있다
- [조용헌 살롱] [1470] 일론 머스크의 神氣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7] 패자의 승복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5] 가을
- [기고] 자녀 많으면 배우자 상속세 늘어나는 불합리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