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추억을 상영합니다” [레거시 in 서울]

사지원 기자 2023. 8.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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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 극장에선 최근 인기를 끄는 '오펜하이머' '밀수' 같은 최신 영화 대신 1959년 미국에서 제작된 고전 영화 '리오 브라보'가 상영 중이었다.

허리우드 극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어르신들에 의한, 어르신들의 극장'을 표방하며 55세 이상과 동반인에게 1인당 2000원에 영화표를 판다.

허리우드 극장은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실버 세대가 세상을 이해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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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허리우드 극장

2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 극장에선 최근 인기를 끄는 ‘오펜하이머’ ‘밀수’ 같은 최신 영화 대신 1959년 미국에서 제작된 고전 영화 ‘리오 브라보’가 상영 중이었다.

이날 상영된 존 웨인 주연의 고전 서부영화 ‘리오 브라보’(1959년)의 한 장면.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부 영화를 상징하는 배우 존 웨인이 화면에 등장하자 관람객들이 숨을 죽였다. 한 70대 여성 관람객은 “유년 시절 서부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집안이 어려워 볼 수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못 봤던 영화를 보기 위해 혼자 매일 극장을 찾는다”고 했다. 관람객 임동구 씨(87)도 “예전 히트 배우들이 나오는 재밌는 영화가 많고, 근처 밥집도 저렴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 세상 시름 잊는 ‘추억의 영화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의 ‘허리우드 극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표를 예매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69년 문을 연 허리우드 극장은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등과 함께 종로 극장가를 대표했다. 1997년 단관으로 운영되던 상영관을 복합상영관으로 재개관했다가, 2009년 사회적 기업 ‘추억을 파는 극장’의 김은주 대표가 인수한 후 서울의 유일한 ‘노인 극장’으로 변신했다. 서울시는 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2021년 이곳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허리우드 극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어르신들에 의한, 어르신들의 극장’을 표방하며 55세 이상과 동반인에게 1인당 2000원에 영화표를 판다. 자막 크기는 다른 영화관의 1.5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에는 하루 2000여 명이 찾았는데 코로나19 기간에 관람객이 크게 줄었다. 올 들어 방역규제가 완화되면서 하루 관람객 1000명대를 회복했다.

이곳에선 멀티플렉스 극장에선 볼 수 없는 ‘극장쇼’ 공연도 열린다. 이날도 배우 겸 가수 김성환의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 100여 명이 입장 시간 30분 전부터 줄을 서 있었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이공식 씨(79)는 “김성환의 히트곡 ‘묻지 마세요’를 듣고 싶어 왔다”며 “가격도 저렴한 데다 추억의 공연을 볼 수 있어 매주 2, 3번씩 찾는다”면서 웃었다. 영화관 관계자는 “극장쇼는 우리 극장의 하이라이트”라며 “어르신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출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귀띔했다.

● 기억 박물관에 레트로 물건 전시

노인들을 위한 극장을 표방하는 이곳은 55세 이상 장년층과 동반자에게 영화표를 2000원에 팔고 있다. 허리우드 극장은 가수의 춤과 노래를 볼 수 있는 극장쇼도 진행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상영관 앞에 옛 물건을 전시하는 ‘기억 박물관’이 자리 잡은 것도 허리우드 영화관만의 특징이다. 옛날 공중전화와 책가방, 교복, 인형 등 다양한 추억의 볼거리가 전시되고 있다. 개중에는 어르신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도 있다고 한다. 영화관 측은 기억 박물관을 확장해 ‘레트로’를 즐기는 젊은층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허리우드 극장은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실버 세대가 세상을 이해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허리우드 극장은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매주 월요일 키오스크 및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 교육’을 진행한다. 매점에 설치된 교육용 키오스크를 통해 떡볶이 등을 사면 영화 티켓을 1000원으로 할인해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언제든 어르신들이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지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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