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바둑 올림픽’ 잉씨배 첫 제패

셰커 일축… 메이저 5번째 정상
中에 내줬던 우승컵 14년만에 탈환

신진서(23)가 또 해냈다.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진 제9회 잉창치(應昌期)배 결승 3번기 2국도 승리, 2대0 스코어로 우승컵을 안았다. 메이저 정복 횟수는 5회로 늘어났고, 잉씨배 한국 석권 전통은 2009년 최철한 이후 14년 만에 부활했다.

/한국기원

중국 랭킹 21위 셰커(謝科·23)는 열세에 허덕이다 3시간을 다 쓰고 2점 벌점까지 눈앞에 오자 돌을 거두었다. 226수 끝 백 불계승. 셰커의 4귀 점령 실리 전법에 두터움으로 맞서 완승을 이끌어낸 신진서는 “최고 권위 대회를 우승해 기쁘다. 다음 달 열리는 아시안게임서도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신진서는 국내외 대회 총 우승 횟수를 33회로 늘리면서 국내외 7관왕으로 올라섰다. 올해 승률은 89.4%(76승 9패)로 올라 다시 9할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제 무대서도 삼성화재배 포함 메이저 2관왕이 됐다. 복수(複數) 타이틀 홀더는 신진서뿐이다. 나머지를 변상일(춘란배), 구쯔하오(란커배), 딩하오(LG배), 미위팅(몽백합배) 등이 분할 통치하는 양상이다.

신진서는 다섯번 메이저봉을 정복, 박정환과 함께 통산 순위에서 공동 7위로 올라섰다. 다섯번 결승을 모조리 2대0 완봉승으로 장식하는 대기록을 쓰고 있다.

세계 메이저 제패 횟수 1위는 17회 우승한 이창호이고 그 뒤를 이세돌(14회), 조훈현(9회), 구리(8회), 커제(8회), 유창혁(6회)이 뒤따르고 있다. 신진서는 “커제를 따라잡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한국 석권 전통의 잉씨배를 되찾아왔다는 점도 큰 수확으로 꼽힌다. 한국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등 ‘4대 천왕’이 1~4회 대회를 제패하면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6회 때 최철한을 포함해 이제까지 총 아홉번 대회 중 한국 기사 6명이 잉씨배를 제패했다.

이번 우승으로 신진서는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 상금을 받았다. 잉씨배는 대만 출신 부호 고 잉창치씨가 1988년 창설한 국제 대회로,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이란 애칭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