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8] 훼예포폄(毁譽褒貶)
역사 평가를 뜻하는 훼예포폄(毁譽褒貶)을 처음으로 말한 이는 ‘춘추(春秋)’를 지은 역사가 공자이다. 그가 이 책을 지어 난신적자(亂臣賊子)를 분명히 밝히려 했던 것이 바로 훼예포폄(毁譽褒貶)의 출발이다.
훼(毁)란 과장된 것을 헐어낸다는 말이고 예(譽)는 제대로 그 가치를 평가해 기린다는 말이다. 포폄(褒貶)은 훼예에 이어지는 것으로 그에 맞게 상을 주거나 낮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후에 포폄은 관청의 인사고과 용어로 자리 잡기도 했다.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람에 대해 누구를 헐뜯고 누구를 기릴 것인가[誰毁誰譽]? 만약에 기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를 시험해 본 바가 있어서이다. 이 백성들이다! 하은주 삼대가 도리를 곧게 하고서 그 도리를 행한 까닭은.”
즉, 이 말은 자기 백성들에게 어떤 도움과 유익함을 주었는지를 잣대로 삼아 훼예(毁譽)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기리는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이런 잣대로 그를 시험해야 함[試]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좌우 갈등과 진영 대립이 극에 이른 우리 사회에서는 훼예(毁譽)가 수시로 뒤바뀐다. 물론 그 근본 이유는 자기 백성을 잣대로 하지 않고 자기 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척도로 삼아 역사를 재단해온 역사학자 무리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판국에 광주광역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이라는 인물을 기리기[譽] 위해 거액을 들여 공원을 조성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정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원 조성은 왜 하나? “그분 덕에 광주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일본인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해서 부산에 이토 히로부미 공원을 조성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백성들”을 잣대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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