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김남국 롤모델은 최강욱인가
며칠 전 민주당 국회의원에게서 “김남국 의원이 제명을 피할 확실한 카드가 하나 남아있다.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회의 중에도 코인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김 의원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할 명분만 만들어주면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실제로 22일 국회 윤리특위 소위원회의 제명안 표결 직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소위 구성은 국민의힘 의원 셋, 민주당 의원 셋이다. 민주당 의원 중 최소 한 명은 찬성해야 통과되는 구조다. 김 의원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국회 안에서도 통과될 거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은 표결 연기를 주장했고 결국 30일로 미뤄졌다.
30일엔 통과될까. 통과를 예측하는 사람은 순식간에 거의 사라졌다. 한 번 미뤄진 소위가 또 미뤄지지 말란 법도 없다. 민주당이 ‘불출마 선언까지 했는데 제명은 과하다’고 주장하면 앞으로 윤리특위는 결론을 못 내고 질질 끌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어 효과를 톡톡히 본 사건이 또 있다. 작년 4월 동료 의원과 보좌진이 다 보는 앞에서 “○○○ 치러 갔느냐”는 성희롱 발언을 했던 최강욱 의원 사건이다. 성희롱을 ‘짤짤이 거짓말’로 둘러대 분노를 샀다. 당시 민주당은 최 의원에게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민주당 측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심판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 의원이 재심을 청구한 뒤 아무런 후속 절차를 밟지 않고 1년 4개월째 시간을 끌고 있다. 최 의원은 어떤 징계도 안 받았다.
민주당 의원 여럿에게 ‘최 의원 징계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최 의원 징계가 뭐냐” “최 의원이 사고 쳤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슈가 휙휙 바뀌는 곳에서 1년도 넘은 성희롱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다. 그러는 사이 최 의원 주변인들은 “실제로는 정말 짤짤이였는데 말 못할 사정이 있다더라”는 식의 유언비어를 퍼뜨려 성희롱을 뭉갰다.
김남국 코인도 비슷하게 만들 계획인가 보다. 민주당은 22일 소위 표결은 미루면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징계안은 제출했다. 권 의원도 코인을 거래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물타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김 의원의 수십억대 코인 거래는 미친 집값과 높은 물가의 시대에 특히 젊은 세대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겼다. 민주당이 최 의원의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며 상처 받고 실망한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피할 궁리만 한다. 국회 제1당이 기껏 짜낸 전략이 시간을 끌어 국민 기억력을 테스트하고 조롱하는 거라면 너무 비겁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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