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시대상과 삶을 반영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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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물론 그중 개인마다 다른 지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
그런데 찬찬히 영화로 들어가 보니 냉전시대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시절, 공산주의자로 몰린 한 과학자가 자신이 만든 핵무기에 대해 최소한의 인류애를 가지려고 한 삶이 다가왔다.
'보호자'를 통해 극 중 10년 만에 출소한 정우성이 그렇게 살고 싶어 했던 '평범한 삶'에 대해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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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물론 그중 개인마다 다른 지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 나에게는 요즘 개봉한 영화 중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 그리고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가 그렇다. 이들 영화는 현재 우리 사회와 삶에 대해 곱씹게 되는 여운의 순간을 맞게 했다.
먼저 ‘오펜하이머’는 처음에는 단순히 영화에서도 표현됐듯 인류에게 핵무기를 건네준 프로메테우스의 전기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찬찬히 영화로 들어가 보니 냉전시대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시절, 공산주의자로 몰린 한 과학자가 자신이 만든 핵무기에 대해 최소한의 인류애를 가지려고 한 삶이 다가왔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오니 과거에 정말 숱하게 들었던 공산주의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반공 이데올로기가 신냉전의 그림자 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이러다 우리 사회에 신매카시즘까지 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도 그렇게 일본 뜻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아마 18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복잡한 교차 편집을 따라가야 하고, 내밀한 인물 간의 관계를 계속 파악해야 하는 ‘오펜하이머’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가 현재 우리 사회를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가운데 집단이기주의와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의 파멸을 다룬다. 그리고 새로운 생존 구역에 홀로 온 박보영이 “저 (여기서) 살아도 돼요?”라고 하자 한 생존자가 “살아있으니까 그냥 사는 거죠”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과연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뜻하는 것일까? 극장을 나서면서 떠오르는 것은 대내적으로는 집단이기주의와 권력만 좇으며 책임지지 않는 우리 사회가, 대외적으로는 팬데믹 지구온난화 전쟁 등 인류 공동 위기 속에서도 자국 이익 보호주의가 팽배한 국제 사회가 떠오른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유토피아는 없더라도 그냥 사는 것이 아닌 이유 있는 삶을 영위할 수는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다소 심오한 상념에 빠졌다.
그리고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거쳐 종착역은 ‘보호자’였다. ‘보호자’를 통해 극 중 10년 만에 출소한 정우성이 그렇게 살고 싶어 했던 ‘평범한 삶’에 대해 생각해 봤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이 진짜 평범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쥐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평범해 보였던 사람들의 삶이 각자에겐 특별한 삶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평범하게 살기 힘든 지금 우리에겐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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