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36] Everything that ever made you feel big or stand up tall, it’ll all go
“문득 잠이 깨면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Whatever hour you woke there was a door shutting).”
영화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2023∙사진)’는 버지니아 울프가 쓴 단편소설 ‘유령의 집(A Haunted House)’의 한 구절로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우리 이외의 존재가 있을까? 분명하게 감지할 순 없지만 드문드문 그들의 흔적을 느낄 때가 있다. 정말 유령일 수도 있고 이 공간을 거쳐 간 이들이 남긴 잔념, 혹은 그들의 추억일 수도 있다.
‘고스트 스토리’의 주인공 C(케이시 애플렉 분)와 M(루니 마라 분) 부부는 교외의 아담한 집에서 오붓한 삶을 보낸다.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집에도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 집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려(Some weird noises in this house).” M은 새집이 어딘가 찜찜하다. 얼마 후 C가 교통사고로 죽고 혼자 남은 M에게 이 공간은 점점 더 낯설고 아프게 다가온다.
언젠가 만났던 어느 예술가가 M에게 말했다. “우릴 위대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것들은 모두 사라져요(Everything that ever made you feel big or stand up tall, it’ll all go).” 아무리 위대한 유산도, 멋진 기억도 종국엔 “우주가 미세한 점으로 축소되면서(the universe is gonna suck itself back into a speck too small)” 사라진다는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C의 기억에 고통스러운 M은 결국 그 집을 떠나지만 그 집엔 아무도 몰래 C의 유령이 남아 영원토록 M을 기다린다. 우주가 미세한 점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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