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아르테논한다’

경기일보 2023. 8.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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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타 사진작가

“여주에 연고가 있습니까?” 모든 대화의 말머리를 연고가 잡는다. 아!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다. 하지만 자존감은 우주를 덮는다. 모든 대한국인이 그렇다. 그 대단한 자존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작가로 세상과 마주했다. 한순간도 한국인으로서 자존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이 땅으로 돌아오면 철학이 어떠하든 지연과 학연, 패거리문화에 연고가 우선한다. 블랙홀을 더듬고 AI가 춤추는 시대, 비루하고 원시적이다.

40년 전, 내가 예술길에 들 무렵부터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무겁고, 깊고, 스케일 큰 사람들이다. 리처드 쇠라다. 마크 로스코다. 안젤름 키퍼다. 그들과 다른 정체를 조적하기 위해 나를 죽이고, 나를 살렸다. 그 유일한 정체를 안장 하기 위해 아르테논한다.

‘아르테논Art+Parthenon’이라 이름했다. 정치와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미학과 신학과 철학이 어울린 사유의 공간이다. 오랜 시간 꿈꿨다. 작가로 치열하게 살았다. ‘자연하다-ON NATURE’는 2010년부터 13년째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예술사에 없던 일로 흥미를 넘어선 대단한 프로젝트다. 자찬이지만 돌려 말할 일이 아니다. 내가 우주에 온 이유를 어림할 수 있게 했다. 내 한계를 초월해 나를 인도한다. 그렇게 세계를 순례했다. 잘생긴 미술관을 닮고 싶지만 개인의 힘으로 역부족이다. 치장하기를 포기했다. 오직 세상에서 유일한 정체를 채우고 있다. 갈 길은 남았지만 의지는 여전하다. ‘아르테논’은 의지가 만드는 공간이다. 여럿이 충고했지만 창조적 인간의 욕망을 다 채울 성공의 정체는 없다. 성공의 조건이 없기에 실패할 이유가 없다. 말똥구리는 여룡(驪龍)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했다. 나를 미물의 위치로 내렸다. 여여하다.

한 사람의 생이 마감했다. “어르신 땅이 아름답습니다.” 2018년 9월, 가을볕이 따뜻한 날이었다. 경매에 나온 땅을 찾아 전국을 헤맬 무렵이었다. 외길이라 차를 되돌릴 수 없어 고갯마루까지 올랐다. 고개 너머에 그림 같은 복숭아밭에 노인이 있었다. “요 밑에 나온 땅이 있다.” 마치 공작이 알을 품고 있듯이 따뜻하고 평화로운 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테논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내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준 나의 작품에 대한 예의다. 인간을 살게 한 땅에 대한 예의다. 덕평마을, 이름처럼 평화로운 복숭아밭은 그대로 무릉도원이다. 하루 종일 볕이 달게 내리는 2만여평의 땅에서 노인은 40년을 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백 그루의 복숭아나무를 살폈다. 그렇게 땅을 살게 했다. 땅은 해마다 단맛 나는 과실을 냈다. 땅도 사람도 잘살았다. 두 달 전, 백수를 넘긴 노인은 내세(來世)에 들었다.

‘자연하다’가 혁명적으로 진화했다. 삶과 죽음이 마스크 한 겹 사이에 있던 팬데믹 세상, 들숨 날숨 사이가 화양연화임을 절감했다. 백척간두에 섰던 사유가 꽃이 됐다. 캔버스에 내재한 세계를 깨웠다. 화엄이 됐다. 인간은 찰나의 순간을 형성하는 스펙트럼도 재현하지 못한다. 2년 동안 자연에 노출됐던 캔버스에는 상상을 초월한 세계가 있다. 보이지 않지만 실재한다. 그 내밀한 세계와 대화를 시작했다.

유튜브 ‘ATTAKIM’으로 전시를 시작했다. 나의 모든 작품을 2주에 한 편씩 다큐멘터리와 함께 공개한다. 나의 예술, 나의 철학, 나의 사상, 나의 의지, 나의 혁명은 계속된다. 기대해도 좋다.

모두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내가 우주에 온 이유다. 이유 없는 존재는 없다. 모든 존재는 이유다. 마지막 칼럼이다. 글로 나를 조각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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