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말발과 검찰수사

김창학 기자 2023. 8.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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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거부로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민주당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투표 시작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빠져나오면 되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명계 원외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 참석해 ‘투표 보이콧’ 카드를 내놨다. 정기국회 중에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불가피한 표결을 전제로 며칠간 열심히 생각해 봤다며 내놓은 비책이 겨우 투표 거부권 행사다. 참석자들은 환호하며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그가 바라던 그림 아니었을까.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발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가히 메가톤급 충격이다.

민 의원은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꼼수 탈당’ 논란의 주인공이다. 결국 1년 만에 복당,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도 맞았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놓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그리고 당내 비명·친명 간에 온도차가 뚜렷하다. 플랜A·B를 고려한 여러 경우의 수를 내놓으며 셈법에 분주하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결과 여파 탓이다. 당시 표결은 찬성 139, 반대 138. 간신히 부결됐다. 결과는 예상됐지만 사실상 판정패였다. 그때의 불안감에 당내 이탈표를 사전에 막겠다고 우기는 것 아닐까. 민 의원의 발언이 강성 지지자에게 자신을 각인하려는 영웅심리이길 바란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7일 검찰 출석에 앞서 강변한다. “그깟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습니다”. 한 기자가 이재명 대표에게 “9월에 영장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하실 계획 없으세요”라고 묻자 “여당과 검찰이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 국가권력을 악용해 정치에 국가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피의자가 검찰 출석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다. 다수당 대표이니 가능하다. 체포동의안 포기하겠다던 이 대표는 뭐가 그리 복잡한지, 회기든 비회기든 진실 앞에 당당하면 문제될 게 있나. 용단을 가장한 꼼수라면 구차하다. 말발로 검찰 수사를 비켜갈 수 없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김창학 기자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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