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에 중국發 악재까지… 얼어붙은 리츠 시장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국 부동산발(發) 불안까지 겹치면서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자금을 물류센터, 상가, 오피스빌 등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뒤 여기서 나온 이익을 배당하는 금융 상품이다. 리츠 종목들의 올 초 이후 수익률은 현재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요 리츠 20%대 하락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리츠 위주로 꾸려진 ‘KRX 리츠 톱(Top)10′ 지수는 지난달 21일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나 떨어졌다. 구성 종목 시가총액도 지난 한 달간 23억원 줄어들었다. 이 지수는 올 들어서만 10%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리츠 종목들의 주가도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올 초 대비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26%, KB스타리츠는 22%, SK리츠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21%씩 떨어졌다.
리츠는 지난해 10월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까지 겹치며 수익률이 한 달 만에 30%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후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로 횡보하다가 금리 인상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부 리츠 주가가 올 2분기(4~6월) 들어 반등했다. 실제로 지난 6월 ‘KRX 리츠 Top10′ 지수는 올 초 대비 2%가량 올랐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데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겹치며 하반기 리츠가 회복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선 지난달 말 시가총액 1위인 SK리츠가 3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등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환 목적의 유상증자 소식도 주가 하락에 기름을 끼얹었다. 주식 수가 늘면 기대 배당수익률을 낮춰 기존 주주 가치가 떨어진다.
리츠 운용사들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운용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은 지난 16일 “현재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이 장기적으로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시장 분위기는 결국 반전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주가 하락을 사과하는 서한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리츠는 최근 1년 주가가 17% 빠졌다.
◇G2발 난기류에 싱가포르 리츠도 휘청
이런 암울한 시장 분위기는 싱가포르 등 글로벌 리츠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다음으로 아시아의 대형 리츠 시장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로부터 온 금융 난기류에 휘청이고 있다. 싱가포르 증시에서 리츠는 전체 주식 시가총액의 12%를 차지한다. 특히 싱가포르 리츠는 미국과 중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느리고,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이은 디폴트 소식이 싱가포르 리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최초의 미국 오피스 빌딩 투자 리츠인 ‘매뉴라이프 US 리츠’의 경우 주가가 올 들어 70% 폭락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지만 미국에선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근로자가 많아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탓이다. WSJ는 중국 거시경제 전망 악화가 싱가포르 리츠 시장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RHB은행의 비제이 나타라잔 리츠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다각화가 덜 된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리츠 저가 매수 기회를 보는 투자자도 있지만 금리나 중국발 위기 등 불확실한 상황이 걷힐 때까지는 추이를 지켜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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