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오너 3세’ 정기선 vs 김동관, 조선업 세계 1위 전쟁

류정 기자 2023. 8.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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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23일 2조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화 관계자는 “매출 30조원으로 세계 1위 조선소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작년 매출은 4조8000억원이다. 지난 21년간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5월 한화에 인수된 후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 달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HD현대 역시 맞대응에 나서면서 국내 1·2위이자 글로벌 1·2위인 한국 양대 조선사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글로벌 조선 1위 경쟁은 재계 대표 ‘80년대생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대리전 양상까지 띠고 있어 재계 관심을 끌고 있다.

김동관(왼쪽)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6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당시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동행한 상태였다. /연합뉴스

◇글로벌 1위 도전장 내민 한화 VS 수성에 나선 HD현대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최근 7조8000억원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을 앞두고 한판 붙었다. 지난달 방위사업청이 약 8300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 호위함 5·6번함’ 입찰에서 한화오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HD현대가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HD현대는 기술력 평가에서 앞섰는데도 총점 0.1422점 차이로 밀리자 입찰의 기준이 되는 ‘감점 기준’을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 입장에선 대우조선해양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을 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국내 최대 방산 기업 한화에 인수된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경쟁자가 되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또 미래 사업인 ‘친환경 선박 엔진’ 사업에서도 맞대결에 나섰다. 도전장은 한화임팩트가 던졌다. 올 초 세계 선박 엔진 2위 기업인 HSD엔진을 인수하며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세계 1위인 HD현대는 세계 3위 업체 STX중공업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세계 1위 자리를 내 줄 수 없다며 강한 수성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앞서 두 회사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전 초기부터 장외에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HD현대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자 공정위에 네 차례에 걸쳐 이의를 제기했다. 한화는 전투 시스템 등 주요 함정 부품 13개 중 10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64.9~100%에 달하는 1위 사업자인데, 조선업까지 가져가면 군함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한화오션이 “이번 유상증자로 현재 매출 비중 10% 미만인 해양 방산(군함) 사업을 30~4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자, HD현대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저가 수주로 조선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화오션’으로 변신한 뒤에는 “수주를 포기한 거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실속 있는 수주만 하고 있다. HD현대 입장에선 수익성을 확보하게 될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행보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픽=김현국

◇김동관 VS 정기선, 선의의 경쟁

한화오션과 HD현대의 대결은 한 살 차이인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명문 사립 세인트폴 고교를 거쳐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생 정기선 사장은 대일외고, 연세대 경제학과, 미 스탠퍼드대 MBA를 거쳤다. 둘 다 겸손한 성격으로, 신사업 투자나 전략 수립 시 임직원들과 함께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부회장에게 한화오션의 정상화는 태양광에 이은 ‘두 번째 시험대’로 통한다. 이 때문에 조선업에 더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재계에서는 관측한다. 정기선 사장 역시 글로벌 1위인 조선사로서 그룹 핵심 사업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한·베트남 경제인 만찬 자리에선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이 함께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목격자에 따르면 30분이나 서서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예전만큼 교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한다. 경쟁사인 데다 이들의 교류가 자칫 담합 등 사업을 둘러싼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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