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도쿄 마트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 주부들 “선뜻 손 안가”
오늘 오염수 방류 앞둔 日 현지르포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만난 30대 일본인 주부가 말했다.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는 ‘후쿠시마 맛있다. 후쿠시마 프라이드(자랑)’라고 쓴 후쿠시마산(産) 수산물 홍보 플래카드와 간판을 내걸고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판매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수산물 홍보에 나선 판촉사원은 “현지와 마트에서 각각 엄격하게 검사한다. 여기서 파는 생선은 한 번도 문제 된 적이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외국산 생선을 집어드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후쿠시마현 어항(漁港) 소마항 인근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들이 눈에 띄었다. 주민 사토 씨는 “먹는 걸 생각하면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낚은 물고기를 먹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는 그냥 잡고는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수도 도쿄와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바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라며 안심하라고 촉구하지만 이날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진이 만난 일본인은 “과학적 안전과 안심은 다르다”고 말했다.
日마트 “자체 삼중수소 검사”에도… 주민 “안전한 통조림 먹겠다”
방류 전날 도쿄-후쿠시마 현지르포
장관 시식 등 ‘안전’ 강조했지만
“뉴스 자꾸 나와 신경 쓰이고 걱정”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도쿄와 후쿠시마 주민들은 대체로 차분하면서도 불안감을 온전히 떨쳐내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일부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후쿠시마 및 인근 수산물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겠다는 곳도 나왔다. 관계 장관이 직접 수산물 홍보 행사장에서 시식하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시민들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예산에 어민 피해 대처 항목을 편성하며 어민 달래기에 나섰다. 대규모 반대 시위 같은 반발은 없지만 오염수 방류가 미칠 심리적 영향은 오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후쿠시마 수산물 판촉 나선 日슈퍼들
이날 도쿄 시나가와구에 있는 한 대형 슈퍼마켓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판촉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 안내판의 ‘부활, 조반모노(常磐もの)’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조반모노’는 후쿠시마현 및 인근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전까지 조반모노는 맛 좋은 고급품으로 유명했다. 사고 이후 이 지역 어업이 중단돼 자취를 감췄지만 2020년에 모든 수산물 출하 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어업 규모는 원전 사고 전 20% 수준에 그친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판촉에는 나섰지만 정작 행사장 매대에서 파는 수산물 절반 이상은 원산지가 일본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표기돼 있었다. 동해에 접한 후쿠이현산 오징어, 수도권인 가나가와현산 갈치, 대만산 꽁치, 미국산 은대구, 칠레산 및 노르웨이산 연어 등이 진열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부는 “후쿠시마에 거부감은 없지만 사고 싶은 생선 중 후쿠시마현에서 난 것은 없다”며 수입 수산물을 집어 들었다.
일본 대형마트 1위 업체 ‘이온’은 자국 정부의 오염수 방류가 발표된 22일 “앞으로도 후쿠시마를 응원하기 위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계속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실시하던 방사성 물질 검사에 더해 삼중수소 검사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불안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현지 어민, 오염수 방류 중단 소송
이날 후쿠시마현 현청 소재지 후쿠시마시. 주민들에게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묻자 상당수가 대답하기를 꺼렸다. 후쿠시마시는 원전 피해 지역과 직선거리로 80km 떨어져 있는 데다 험한 산맥으로 가로막혀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한 70대 여성은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앞으로는 생선보다 안전한 통조림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한 여성은 “뉴스에 자꾸 나오니까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 솔직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원전에서 50km 정도 떨어진 후쿠시마현 소마항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4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살았다고 했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하니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 게 문제예요.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곳인데…, 참 괴롭습니다.”
일본 오염수 담당 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수산물 전시회에 참석해 후쿠시마산 건어물을 시식했다. 행사장에 온 업자들에게 “안심하고 조반모노 취급을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지 어민들은 여전히 불만이 높다. 후쿠시마현 오나하마항에서 만난 한 어민은 “당장 내일(24일) 방류한다는데 정부 어디에서도 몇 시에 방류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원전 사고 후 12년에 걸쳐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30년, 아니 그 뒤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어민, 시민 일부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오염수 방류를 중지하라며 9월 중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소송단은 기자회견에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가 방류되면 수산물 판매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제소할 뜻을 내비쳤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후쿠시마=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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