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1사단장, '채 상병 사고'에 "부대가 물에 들어간 게 가장 큰 문제"

박응진 기자 2023. 8. 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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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 조사 때 "대대장들에 작전 개념 인식 못 시켜 아쉽다"
현장 간부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바뀔 분위기 아니었다" 진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징 등이 고(故) 채모 상병 영정에 경례하고 있다. 2023.7.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달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고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과정에서 임성근 제1사단장이 현장 지휘관이었던 부하들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현장 지휘관들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우려됐으나 현장 분위기상 안전조치 강구 등을 건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뉴스1이 입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당시 조사 보고서(채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자료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수사단 조사 때 "지휘관으로서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고 부대가 물에 들어간 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임 사단장은 특히 △수변 수색작전 개념을 예하부대 지휘관인 박상현 제7여단장을 통해 대대장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한 점 △하천에서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예측하지 못한 점 △현장 작전제대에서 자전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도 말했다.

해병대 1사단 예하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의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 지난달 28일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그리고 지난달 30일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각각 대면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수사단의 보고서에 적시된 혐의 내용을 보면 임 사단장은 채 상병이 숨진 호우피해 복구 작전의 주요 임무가 '실종자 수색'이었음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출동 당일(7월17일)에야 뒤늦게 박 여단장에게 전파한 데다 이 과정에서 구명의·안전로프 등 대책을 강구토록 지시하지 않았고, 이를 갖출 여건도 보장하지 않았다.

임 사단장은 또 채 상병 사고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내성천 일대에서 작전지도를 했을 때도 장병들의 외적 자세(복장 불량·경례 태도 미흡 등) 위주의 지적만 하면서 안전대책에 관한 세부 지침을 하달하지 않았단 게 해병대 수사단의 판단이었다.

이 같은 정황은 수사단 보고서에 담긴 다른 현장 지휘관·간부의 진술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제3포병대대장의 경우 임 사단장의 작전지도 뒤 현장 부대 선임 지휘관이었던 제11포병대대장 최모 중령이 "내일부턴 허리 아래 물높이까지 입수해 수색을 실시한다"고 전파하자 안전로프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으나 그에 따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A중위와 B상사·C중사 등 현장 간부들도 "수색방법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변경을 상부에 건의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2023.8.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채 상병이 소속됐던 7포병대대장 이모 중령 또한 "해당 작전 지역에서 허리 위치까지 입수할 경우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사단장 작전지도 때의 지적과 여단장의 강조사항, 그리고 7월19일 오전 예정돼 있던 사단장 작전지도 수행에 대한 부담 등 때문에 지시받은 대로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1대대장의 '허리 아래까지 입수' 전파에 7대대장이 한숨을 쉬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도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방부조사본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에 대한 재검토 결과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 사실을 특정했던 8명 중 7대대장·11대대장 등 2명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다른 6명 중 임 사단장·박 여단장 등 4명에 대해선 "현재의 기록만으론 범죄 혐의를 특정하는 게 제한된다"며 혐의 내용을 제외한 채 관련 서류를 경찰에 송부하기로 했고, 나머지 현장 간부 2명(A중위·B상사)은 혐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국방부조사본부의 이 같은 재검토 결과 발표 뒤 채 상병 사고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과 11대대장 이 중령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임 사단장을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중령은 국방부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에 대해 "사단장 책임까지 모두 한꺼번에 질 순 없는 게 상식"이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의 '항명'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임 사단장의 혐의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 대령은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민간 경찰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직에서 보직 해임된 데다 현재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상태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이 장관이 지난달 31일 법리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김 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관련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 경찰에 관련 서류를 인계할 때까지 명시적으로 '보류' 지시를 받은 적 없고, 오히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혐의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 '죄명과 혐의자·혐의내용은 모두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이 지난달 31일 유 관리관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을 당시 이를 함께 들었다는 해병대 수사단 중앙수사대장 D중령도 "유 관리관이 '이첩서류에서 혐의자·혐의내용을 빼고 이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령 측은 이날 유 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에 대한 고발장(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발송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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