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에이트테크, “여긴 아니다”는 반대에도 투자한 폐기물 로봇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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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테크는 ‘AI 기반 생활폐기물 자동선별로봇 에이트론 및 자원순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에이트테크 박태형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시드 투자 후 브릿지 라운드에서 TIPS 운용사를 찾던 시기였다. 소풍벤처스도 TIPS 운용사로 기후 투자 분야 중 자원 순환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섹터였고, 사업장 폐기물과 생활 폐기물 중 생활 폐기물은 일상과 밀접하지만 열악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꼭 필요한 분야로 보고 있던 중 에이트테크를 만났다.
4년 전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분리 배출 구조를 처음 조사할 때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이 재활용 분리 배출 참여율은 세계 2위의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분리 배출 후 80%는 폐기물 처리되고, 실질 재활용율은 20%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분리배출 하더라도 엉터리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인데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몇 가지 분리배출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많은 것들이 다시 보였다. 모든 공산품에는 분리배출표시를 하게 되어 있고 재활용 효용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2003년 처음 도입 되었다. 예를들어 음료수 페트병, 통조림 캔, 과자 상자 들을 보면 플라스틱(HDPE), 캔류(알루미늄), 비닐 류(PP) 등 표기 되어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종류가 다양하고 소비자 중에 이 용어들을 이해하면서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 일 것이다. 알더라도 개별이 아닌 공동 수거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분리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라벨 등 붙인 상태로 배출 되면 재활용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고, 재질중심의 분리배출 표시와 배출 방법을 기재 등 지침을 개정해 22년 도입 후 2년 유예기간을 두고 24년 본격 도입을 앞두고 있다.
◇“자동선별기로봇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도 사람 손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거나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나온다. 생활 폐기물은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수거하는 운송업체, 선별하는 선별업체, 재활용 업체 등 각각 나뉘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재활용 선별장’이다. 재활용 선별장을 처음 방문 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작업자 분들 20~30여명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일이 손으로 재활용과 폐기물을 다시 분류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드는 생각은 내가 그간 제대로 분리배출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죄책감과 그걸 누군가 손으로 다시 골라 내고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 시대에 사람이 아직도 손으로 선별을 하고 있는게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고, 겨우 30분 정도 수선별 장에 있었는데 종일 머리가 아팠다.
처음 에이트테크에서 자동선별로봇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궁금했다. 22년 초 첫 시연회를 한다고 해서 인천 공장을 찾았다. 박태형 대표가 자신있는 포부와 비전을 이야기하며 VC를 초청해 시연회 설명을 이어갔다. 그때 들었던 첫 생각은 선별로봇의 인지와 그리퍼 등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반면, 아이러니 하게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첨단 기술을 다수 접하는 VC 입장에서 보면 인지 및 제어 등 로봇의 완성도 측면에서 떨어져 보이는게 맞다. 다만, 선별장 입장에서 보면 이 마저도 없고 인건비는 높아지고 노동이 과부하 되는 실정에서 선택지가 거의 없어 보였다. 시드 투자만 받은 회사가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시연회 후 투자를 보류 하거나 연기한 투자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기술이 부족해도 도입하겠다고 하는 업체가 있었는데 수요가 있으면 큰 페인 포인트를 가진 것이니 이후 기술은 더 고도화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재활용 형태⋅재질⋅오염도 등 객체인식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중요”
에이트테크가 분리선별에서 실제 선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객체인식 및 딥러닝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그리퍼 등 하드웨어 빠른 속도 및 제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드웨어에 대한 기술은 외부 기술 도입을 통해 충분히 가격을 낮추고 기술 고도화 할 수 있어 보였다.
문제는 자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있는가였는데 재활용 재질 중심의 분석 체계와 데이터 화는 아직 시작 단계로 보였다. 빠르게 객체 인식에 대한 데이터 및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데 에이트론 도입을 통해 선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객체 인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당시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IT 기업이다’ 이 문구에 꽂혀 있어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에이트테크는 선별로봇 제조사가 아니라 IT기업이라고 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를 생각해 봤다. 해외 선발 업체인 AMP와 항상 비교되지만 분리배출 객체인식 데이터 확보는 제품의 생산과 버려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데이터를 파악하고 이후 이해관계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적 인프라 확보가 필수로 필요하고 국내 재활용 선별장 밀접도를 높인다면 충분히 데이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보였다. TIPS 아이템도 폐기물 재질 심층분석기술에 대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제안했고 최종 선정되었다.
◇“자원순환 밸류체인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 그리고 동반 성장”
자원 순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생산자가 분리배출을 고려해 제대로 생산하는 것이다. 그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참여를 통해 제대로 버려 주는 것이고 이후 선별 자동화를 통해 재질 별로 다시 선별 해 주고, 재질에 맞게 재활용 업체로 넘겨 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자원 선순환 체계라고 본다. 이 자원 선순환 체계는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폐기물 시장에서도 생활 폐기물 시장은 가장 광범위 하고 가장 열악한 구조이고, 그 중 가장 열악한 곳은 재활용 선별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투자 심의를 진행할 때 투자심의위원 중 한 명이 ‘생활 폐기물 스타트업을 투자 한다면 굳이 선별장 로봇 만드는 곳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인정하는 것은 시장이 영세하고 한정적이다. 그때의 논리는 자원순환의 밸류체인은 연결되어 있고 어느 한 쪽이 병목현상이 생기면 이 체인은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열악한 곳이지만 가장 혁신이 필요한 곳이고, 지금은 시장이 한정적 이지만 재질 선별이 의무화 되거나 제조사 별로 본격화 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듯 어느 한 쪽에서 제대로 혁신이 일어나면 산업은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에이트테크는 사실 투자심의 때의 기대보다 더 빠른 성장과 혁신을 하고 있다. 올해 에이트론은 확정 계약이 큰 폭으로 늘고 있고, 지난 투자 후 에이트론의 본격적 도입, 자체 자동분리수거장 구축 등 확장을 하고 있다. 분리배출 기준 강화 및 폐기물 발생지 처리 등 본격적으로 시행 된다면 재활용 선별은 더 중요해 질 것이다. 소풍벤처스에는 자원순환 밸류체인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들이 존재한다. 친환경/기능성 포장재를 만드는 ‘뉴로팩’, IoT기반 분리배출 및 자원회수 시스템을 제공하는 ‘오이스터에이블’, 미생물 기반 고순도 플라스틱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리플라’ 등 때를 만나 본격적인 동반 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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