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상저하고(上底下高)의 덫
국내외 기관 성장률 전망 잇단 하향
지나친 낙관론은 경기 대응 걸림돌
국회도 경제 발목 잡는 행태 멈춰야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문제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하지 않으면 더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얼마 전에 끝난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도 부실한 준비가 얼마나 큰 실패를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국제통화기금(IMF)·한국은행 등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경고음도 잇따른다. IMF는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췄다. 애초 2%에서 다섯 차례나 연속으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개월 만에 0.1%포인트 내린 1.5%로 하향조정했다. 한은도 5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분기 회복 모멘텀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중고’에 갇힌 한국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시계제로 상태다.
이런 상황인데도 윤석열정부 경제팀에게 이렇다 할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수출 회복세를 근거로 들며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 없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내부 흐름을 보면 물량 지표들이 살아나고 있고 수출 감소 폭도 줄고 있다”며 “9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고 10월부터는 수출이 플러스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상저하고(上底下高)의 덫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도한 공포를 조장해서도, 성장률·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에 지나치게 연연해서도 안 되겠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가뜩이나 상반기에만 39조7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내수를 이끌 재정의 역할도 한계가 명확하다.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개입 여지가 적은 외부 변수 탓이라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업들도 하반기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91에 그쳤다. 내수·수출 모두 2분기보다 떨어졌다.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실효적 처방이 가능하다는 건 상식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의 예측이 엇갈리는 시점에서 김이 빠져버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워 상저하고 프레임에 갇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중국 효과는커녕 부동산발 경기침체로 대중 수출은 더 힘들어질 개연성이 크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하지 않던가. 위기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단적인 예다.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도 여전하다.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방향을 잡아줘야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대비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관례적인 수출 지원, 경제 살리기 대책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판단 미스도 문제지만 위기의 시작은 늘 정치였다.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도 국회는 1년 내내 개점휴업이다. 정치적 이념으로 싸움박질하느라 민생 관련 법안은 뒷전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사사건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에 한숨만 나온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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