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이요? 내는 손님한테만 받은 건데”…한국서 美 ‘팁’ 문화 확산 논란

김수연 2023. 8. 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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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등에서 '팁플레이션(tipflation·봉사료를 뜻하는 팁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때아닌 팁 논쟁이 불거졌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팁 지불 기능을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카페에서 '팁을 요구받았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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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택시 이어 유명 카페 등 ‘팁’ 도입 논란
“미국도 아닌데 고용주 비용 소비자에 전가” 비판
전문가들 “불법 소지…해외 문화 그대로 적용 무리”
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빵집의 카운터. 해당 빵집은 ‘팁 박스’를 설치했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자 최근 모두 없앴다. 김수연 기자
 
“인테리어에 가깝긴 했죠. 지금은 팁 박스를 없앴어요. 대신 굿즈 형식으로 부채를 판매 중인데 이제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기로…”

최근 미국 등에서 ‘팁플레이션(tipflation·봉사료를 뜻하는 팁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때아닌 팁 논쟁이 불거졌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팁 지불 기능을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카페에서 ‘팁을 요구받았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빵집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팁 박스’ 논란에 “현재는 모두 없앤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해당 빵집은 카운터에 ‘우리 가게가 좋았다면 팁을 달라’는 문구와 함께 팁 박스를 설치한 곳으로,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며 논란이 됐다.

세종시에 위치한 한 장어전문점도 테이블에 ‘(식사 손님 제외) 서빙 직원이 친절히 응대 드렸다면, 테이블당 5000원~ 정도의 팁을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식당은 안내문 밑에 ‘주시고 안 주시고는 손님들의 선택이며,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좋으신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해외에서 대중적인 팁 문화가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손님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실제 팁 요청을 받거나 팁 박스를 마주했다는 소비자들은 “미국에서도 거부감이 늘고 있는데 굳이 이런 문화를 따라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최종 지불 가격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것인데 소비자에게 그 가격을 전가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빵집에서 팁 박스를 경험했다는 직장인 이서영씨는 “인테리어나 메뉴판 모두 영어로 해놓는 등 해외 느낌이 나는, SNS 감성을 노린 것 같다”며 “그런데 오픈런 한답시고 밖에서 3~4시간씩 기다리고, 빵은 소비자들이 직접 골라 결제만 하는 구조인데 팁의 원래 취지와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팁 강요가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업주는 부가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을 메뉴에 표기해야 하는데, 손님에게 별도 봉사료를 요구하는 건 법에 위반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팁의 유무에 따라 서비스에 차이가 있다면 강제성이나 의무를 띄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불법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팁을 도입한 음식점 등은 손님의 선의일 뿐 의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논란이 됐던 장어전문점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내고 싶은 손님에게서만 받고 있다”며 “고급음식점이나 음식을 직접 구워주는 곳 등에서 직원에게 따로 팁을 챙겨주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있어왔다. 팁을 주시는 분들 중 불평을 하셨던 분들은 한 분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쟁에 전문가들은 임금 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해외 문화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 등에서 팁이 활성화된 것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법정 최저임금이 낮아 소득을 보전한다는 취지로, 최저임금이 동일한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업주들은 의무가 아니라 얘기하지만 소비자들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 왜 종업원한테 줄 임금을 소비자한테 따로 받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작은 성의를 바라기 전에 질적인 서비스 향상과 수요 예측이 우선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던 문화인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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