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개근이 천대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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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만 더 주시죠. 자주 안 나오시니까."
이 단어의 존재 여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있지만 해외여행 등으로 개근을 하지 않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이 형성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는 한때 개근을 성실성의 지표로 삼았던 시기가 있었다.
개근 거지라는 유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게 된 것도 어쩌면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인식이 시나브로 사회 전반에 스며든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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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만 더 주시죠. 자주 안 나오시니까.”
지난 21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분위기는 자못 삼엄했다. 올여름 수해로 인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대원의 사망 사고와 이후 수사를 두고 불거진 논란을 다뤄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 상임위에 잘 출석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회의에 나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다 이 대표의 질의 순서 도중 위원별로 주어지는 7분의 질의시간이 끝나고 마이크의 빨간불이 꺼졌을 때의 일이다.
최근 언론 지면에 나온 ‘개근 거지’라는 신조어가 교단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가족 해외여행·체험학습 등으로 출석 인정이 되는 결석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가정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실에서 놀리기 위해 나온 조어라는 보도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제 교실에선 전혀 쓰이지 않는 말을 언론에서 만들어냈다’고 비판했고, 혹자는 ‘그런 말을 들어봤다’고 반박했다. 이 단어의 존재 여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있지만 해외여행 등으로 개근을 하지 않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이 형성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는 한때 개근을 성실성의 지표로 삼았던 시기가 있었다. 성실함이 최우선의 덕목이었다. 그러나 언젠부터인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되는 사회로 변해서였을까. 개근이라는 말의 중요성도 점차 퇴색됐다. 가상자산(코인) 투자로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벼락 거지’로 전락했다. 성실히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은 좌절감과 씁쓸함을 느꼈다.
개근 거지라는 유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게 된 것도 어쩌면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인식이 시나브로 사회 전반에 스며든 때문은 아닐까. 의원들의 상임위 출석률을 조사한 시민단체는 이렇게 일갈했다. “국회법 32조와 국회윤리규범 제14조에 규정한 바와 같이 국회의원의 기본적이며 중요한 의무가 회의출석이다. 상임위원회 중심주의 국회에서 상임위 출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직무유기다.”
조병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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