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1592년 거북선’ 폐기 유감
건조된 지 12년밖에 안 됐는데
굴착기 동원 불쏘시개 만들어
다른 활용 방안 없었나 아쉬워
7월11일 거제도의 조선해양문화관에 전시되어 있던 ‘1592년 거북선’이 폐기 처분되었다. 굴착기로 거북선 등을 쳐서 산산조각을 낸 후 목재는 모아서 소각하고 철물은 고철로 고물상에 팔았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거북선을 건조하려면 25억원 이상 필요하므로 불쏘시개로 사용할 정도로 값싼 거북선은 결코 아니다. 경상남도가 2011년 복원한 판옥선은 실물 크기로는 처음 복원된 것인데 길이 41.8m, 폭 12.03m, 높이 9.51m로 조선시대 판옥선 중 가장 큰 ‘좌선’급이다. 1592년 거북선은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의 크기인데 최초로 3층 형태로 건조되어 세인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2012년부터 육지에서 전시하였으면 같이 건조해 바다에 띄워 놓은 판옥선보다는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먼저 폐기당하는 비운의 거북선이 된 것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전국의 지자체에서 복원한 많은 거북선은 거제시의 1592년 거북선보다 비슷하거나 훨씬 오래된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남해군 충렬사 앞바다에 전시된 거북선은 1980년 해군에서 복원한 거북선 1호로 1999년 남해군에 기증한 것으로 건조한 지 42년이 넘은 것이다.
그리고 1990년 서울시에서 건조한 한강 거북선도 한강 변에 있다가 2005년 11월 통영시에 기증하여 현재 강구안에서 32년째 전시용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거제시는 건조한 지 불과 12년밖에 안 된 1592년 거북선을 빨리 폐기하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다른 시도에 기증하던지 좀 더 유익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전국에는 10여 척의 거북선을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는데 노나 돛을 이용해서 움직이며 함포까지 발사할 수 있도록 전선의 기능까지 제대로 복원된 거북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북선이나 판옥선의 전통적인 추진체계인 노나 돛에 관한 기초연구도 없이 전시 목적으로 거북선을 건조했기 때문이다.
최신 잠수함에서 유조선까지 건조하여 수출하는 세계적인 조선 강국에서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구세주 같은 거북선을 임진왜란 후 430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갖춘 거북선 한 척 없는 것은 이순신 장군과 후손들에게 정말 창피한 노릇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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