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완공 6년 만에 철거 얘기 나오는 박원순의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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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를 재활용한 공중 산책로 '서울로 7017'이 서울역 일대를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철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주도하고 건축가 김수근이 구상한 '서울 입체도시화 프로젝트'로 1970년 완공돼 2006년 안전진단에서 철거 대상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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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해외 성공 사례 벤치마킹은 금물
서울역 고가도로는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주도하고 건축가 김수근이 구상한 ‘서울 입체도시화 프로젝트’로 1970년 완공돼 2006년 안전진단에서 철거 대상 판정을 받았다. 전임 시장들처럼 박 전 시장도 “빠른 시간 안에 철거”하자는 쪽이었으나 2014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돌연 입장을 바꿔 미국 뉴욕의 명물인 ‘하이라인’처럼 재활용하겠다고 공약한 뒤 당선 직후 하이라인까지 날아가 사업 개시를 선언했다. “대권까지 내다보려면 청계천 복원 같은 한 방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장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정치적 야심에 관한 의혹에도 반대 여론이 사납지 않았던 건 하이라인의 이름값 덕분이다. 하이라인은 맨해튼을 관통해 지상 9m 높이에 건설된 열차 선로를 공원으로 개조한 프로젝트다. 하이라인이 뉴욕의 관광명소로 뜨자 세계 180여 곳에서 유행처럼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는데 서울시는 이름부터 ‘서울역 하이라인’으로 정하고 노골적인 베끼기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미지만 그럴듯하게 모방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하이라인은 폐철로가 보존할 만한 산업유산인지, 보존한다면 어떻게 재활용할지 치열한 공론화 과정부터 거쳤지만 서울로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따라 하느라 맥락의 차이를 놓쳐버렸다. 하이라인은 도심 빌딩 사이를 관통한다. 고층 건물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산책로를 걷다 연결된 주거지나 건물로 내려갈 수 있으니 이용자가 많다. 반면 서울역 고가는 동서를 연결하는 1024m의 거대한 육교다. 일단 올라서면 반대쪽으로 내려가거나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겨울엔 추워서 못 가고, 여름엔 그늘 하나 없이 콘크리트 복사열까지 더해지니 더워서 못 다닌다.
하이라인은 2009년 1차 완공까지 10년 걸렸는데 서울로 7017은 3년도 안 걸렸다. 신축보다 어려운 게 재생임에도 공개 현상공모로 널리 아이디어를 구하는 대신 국내외 작가 7명을 지명해 졸속으로 진행했다. 콘크리트 화분 안에 수목을 심은 뒤 퇴계로에서 중림동까지 가나다순으로 배열한 최종 결과물에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긴 화분’이라며 황당해한다. 네덜란드 출신인 작가의 변이 이렇다. “박 시장이 오래 기다릴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당부해 10년 걸릴 프로젝트를 서둘러 하느라 놓친 부분이 꽤 있다.”
도시 개발에서 성공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행위를 학계에서는 정책 이동(policy mobility)이라고 한다. 정책 이동의 전제는 완전한 모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이라인 설계자도 “하이라인을 성공시킨 맨해튼이라는 맥락은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도시는 자신의 장점을 인식하고 독창적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옛것이면 가치 불문하고 다시 살려 써야 한다는 강박증적 재생 이데올로기’(배정한 서울대 교수)에 빠져 쫓기듯 겉만 엉성하게 베낀 결과 스케일만 다를 뿐 ‘물 새는 거북선’과 ‘밥 못 짓는 거대 가마솥’ 같은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해외 유명 랜드마크를 돌면서 비슷한 사업을 발표하느라 바쁜 오세훈 시장이 반면교사 삼을 만한 도시 재개발의 실패 사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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