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규인]‘지방’이 낸 구멍 ‘중앙’에서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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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레벨의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최강 팀은 현재 '레드불'이다.
짐작건대 F1 그랑프리를 한 번이라도 개최한 나라 중에 F1에 가장 관심이 없는 나라가 한국일 거다.
한국에서 F1 그랑프리를 개최한 것부터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전남도는 "F1 그랑프리를 유치하겠다"며 국비 728억 원을 포함해 총 4825억 원을 들여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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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아주 꼼꼼하게 읽는 독자 가운데도 이 소식을 처음 접한 분이 적지 않을 거다. 어제까지는 동아일보는 물론 한국 10대 일간지 어디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룬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일까. 한국 사람들이 F1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짐작건대 F1 그랑프리를 한 번이라도 개최한 나라 중에 F1에 가장 관심이 없는 나라가 한국일 거다.
한국에서 F1 그랑프리를 개최한 것부터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전남도는 “F1 그랑프리를 유치하겠다”며 국비 728억 원을 포함해 총 4825억 원을 들여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을 지었다. 그리고 2010∼2013년 실제로 ‘코리아 그랑프리’를 열었다. 이 4년 동안 1910억 원을 손해 보자 전남도는 더 이상 그랑프리를 열지 않기로 했다.
‘하얀 코끼리’라는 표현이 있다.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흰 코끼리를 키우는 일처럼 가치에 비해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드는 대상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이 바로 하얀 코끼리다. 그리고 한국에는 하얀 코끼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
덩치가 가장 큰 하얀 코끼리는 역시 새만금이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새만금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남았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국제행사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잼버리 대회 유치 역시 사실 예산 확보를 위한 명분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얀 코끼리가 있어야 지역 정치인은 업적을, 지방자치단체는 성과를, 지역 건설업체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건 지금까지는 ‘지역’에서 어떻게든 하얀 코끼리를 잡아 오기만 하면 ‘중앙’에서 먹이를 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가 끝난 뒤 최소 619억 원 흑자를 봤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고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중앙정부에서 1000억 원을 지원한 덕에 조직위는 381억 원의 손해를 619억 원 흑자로 바꿨다는 점이다. 이런 대회를 과연 ‘흑자 대회’라고 하는 게 맞을까. 이제 ‘중앙’도 반격에 나섰다. 대한체육회(중앙)와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지역)가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게 대표 사례다.
1970년 아시안게임은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원래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회 개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개최권을 반납했다. 망신살이 뻗치는 일이었다. 이제 한국은 아직 개최하지 않은 국제행사를 찾는 게 더 빠른 나라가 됐다. 이제 하얀 코끼리에 목을 맬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나지 않았나.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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