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은 키스, 감독은 가슴 만지고… 女월드컵 우승 스페인 ‘발칵’
협회장 “악의는 없었다” 사과했지만
총리·장관까지 비판에 가세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협회장과 감독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대0으로 꺾고 승리,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루이스 루비알레스(45)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한 선수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통해 송출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단상으로 올라온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갑자기 두 손으로 잡고 입을 맞춘 것이다.
게다가 호르헤 빌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에서 코치진과 포옹할 때 여성 코치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생생히 포착됐다.
앞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 일부는 빌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격분한 스페인 축구팬들은 경기 이후 길거리에서 ‘VILDA OUT(빌다 감독 나가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감독 퇴진 시위를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1일 영상 성명을 통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기쁨의 순간에 악의 없이 취한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총리와 담당 장관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2일(현지시각) 관저에서 진행된 여자 월드컵 우승 축하 행사에서 “우리가 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제스처였다”며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했지만, 회장의 행동은 평등을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의 강제키스 사건을 비판했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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