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빚은 조각상"···병적 집착 '바리캉男' 평소 흉기 들고 다녀
"교제 당시 카톡 300개, 전화 20통 기본"
여자친구를 5일간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바리캉(이발기)으로 머리를 밀고 폭행한 남성이 평소 칼을 갖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22일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에는 피해 여성 A씨와 사건 변호를 맡은 김은정 변호사가 나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A씨는 한 카페에서 가해자 B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B씨가 먼저 A씨의 번호를 물어봤고 교제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가해자가 도박과 주식에 손을 대고 나서부터 폭행과 폭언이 시작됐다고 한다.
B씨가 내뱉는 폭언의 수준도 점차 강해졌다. A씨는 “'꺼X'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손 올리는 제스처만 했다. 7월7일 오피스텔에서 동거하게 됐는데 그때 처음으로 몸에 손을 댔다"며 "가해자가 '시XX, 네 부모님 죽여줄까? 칼로 XX줄까?'라고 했던 폭언이 기억난다. 차에 칼을 실제로 갖고 다녔다"고 떠올렸다.
악질적이고 지능적인 폭력이 가해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B씨는 오른발 수술을 한 A씨를 3시간 반 동안 무릎 꿇렸고, 다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A씨의 머리를 발로 밟으면서 데굴데굴 옆으로 굴리는 장면을 촬영하며 웃기도 했다.
이후 다수 언론 보도에 드러난 사실처럼, B씨는 바리캉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민 뒤 얼굴에 소변을 보고 침을 뱉었다. 반려견 울타리에 가두고 배변 패드에 용변을 보라고 명령했으며,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여러 차례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이어 "4박5일 동안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제가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가해자가 계속 '네 잘못이야. 네가 잘못해서 맞는 거야'라고 했다"며 범죄 피해 이후 여러 번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가해자 B씨의 무차별 폭행에도 계속 만난 이유에 관해 A씨는 "제가 너무 좋아하니까 잘못한 게 아니더라도 먼저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저를 만만하게 봤다. 가해자가 계속 '너랑 나랑은 급이 달라. 너는 못생겼다'고 했다. 그때 느꼈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B씨는 병적으로 집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매일 그와 만나야 했고 연락이 안 되면 하루 평균 카톡 300개, 전화 20통 정도를 했다고 한다. 학교가 A씨의 학교가 경기도 쪽이었는데 가해자가 태워다 줄 정도였다. 그는 A씨에게 '넌 내가 예쁘게 빚어놓은 조각상'이라고 말하며 정상적이지 않은 소유욕을 표현하기도 했다.
B씨는 비뚤어진 집착으로 동거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A씨가 다른 남자 동기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 동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씨는 A씨가 다른 남자들과 연락했는지 확인하고자 휴대전화를 몰래 빼돌린 뒤 사설 디지털증거 분석(포렌식) 업체에 맡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남자 동기들과 나눈 일상적인 대화 내용이 발견되자 바리캉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가해자가 '30대 때릴 거야. 네가 숫자 세'라고 하면서 때렸다. 제 머리 밀고 오줌 싸고 침을 뱉었다"며 "발가벗은 상태에서 영상 2개를 찍고서 '내가 잡히면 이거 유포하겠다. 경찰이 절대 못 찾게 백업해놨다'고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는 연고가 없는 수도권 신도시 오피스텔을 골라 입주했고 A씨를 항상 나체 상태로 만들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느닷없이 목을 졸라서 4번 정도 기절했고 하루에 한 번씩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며 "4박5일 동안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항상 저보다 늦게 자고 제가 자는 거 보고 휴대전화를 숨겨놓는다. 마지막 날에서야 '1시간만 잔다'고 하길래 몰래 문자를 보내서 구조됐다"고 도움 요청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 공소장에는 특수협박, 강요, 폭행, 협박 등 굉장히 여러 범죄가 들어가 있다. 세부적으로 더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폭력·성폭력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성관계' '피해자가 요구해서 한 것' 등 이해가 안 되는 부인을 하고 있다. 집행유예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상당해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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