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할인해도 100만원 넘어"…'알짜' 사라진 패밀리세일
품질에 문제 있어도 교환·환불 거절하기도
회사원 강선이 씨(31)는 평소 좋아하던 패션 브랜드가 패밀리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연차까지 쓰고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 패션업체에 근무하는 지인이 상품을 잘 고르기만 하면 최대 90%까지 싼 가격에 ‘득템’할 수 있다고 귀띔해서다.
오전 8시에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선 행사장에 도착한 강 씨는 오전 10시 개장하고도 한참 더 기다려 3시간 만에 입장했다. 하지만 금세 실망하고 말았다. 안내 포스터에 적혀 있던 90% 특가 상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옷값이 워낙 오른 탓에 70% 이상 할인 판매한다는 상품도 가격이 최소 수십만원대, 심하면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할인 폭이 큰 패밀리세일이라길래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비싸 살 만한 물건이 별로 없었다. 연차까지 쓰고 간 건데 시간만 아까웠다”고 털어놨다.
패션업체는 재고 처리를,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기회가 됐던 패밀리세일이 점차 외면 받고 있다. 해외직구족이 증가한 데다 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물밀듯 들어오면서 고품질 저가 상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월상품 재고를 털어내려는 온·오프라인 패밀리세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까지 약 한 주간 아이잗바바·지고트·더틸버리·빌보드스타일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바바패션이 임직원 패밀리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는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이 인기 브랜드인 타임·마인·시스템·랑방·톰그레이하운드 등을 최대 90% 할인 판매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나흘간 오픈런 대란이 일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앞서 버커루·NBA·FRJ 등을 파는 한세패션 등도 행사를 마쳤다.
패밀리세일은 주로 명품 업체와 대형 패션기업들이 재고 정리 및 복리후생 차원에서 임직원 상대로 진행하는 비공식 세일 행사다. 처음에는 브랜드 관계자와 가족, 또는 일부 고객을 위한 할인행사로 진행됐지만 최근엔 일반 소비자들도 참여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발달하면서 인터넷 검색에 능숙한 소비자들이 ‘그들만의 반값 세일’ 대열에 합류해 알뜰쇼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렇게 되자 패밀리세일이 의류업체의 재고정리는 물론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패밀리세일을 이용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패밀리세일을 개최하는 이유다.
다만 우후죽순처럼 패밀리세일이 열리면서 부작용도 있다. ‘득템’이라고 할 만한 양질의 저가상품을 찾기 힘들게 된 것. 실제 최근 열린 한 패밀리세일 관련 글에는 기대보다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한 누리꾼은 한 패션브랜드 패밀리세일에 방문한 후기를 알리면서 “70~90% 할인을 해도 가격이 너무 비쌌다. 블라우스 하나에 500만원, 코트 정가가 300만원을 넘어가니 70~80%씩 할인을 해도 100만원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반품·환불 관련 소비자 불만도 나오고 있다. 패밀리세일은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할인율이 높아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해외 명품을 주로 파는 한 온라인 플랫폼 패밀리세일에서 명품 헤어핀을 여러개 구입한 한유정 씨(34)는 제품에 가격과 품질에 문제가 있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한 씨는 최대 90%까지 할인이 들어갔다는 소식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헤어핀을 3개나 구입한 뒤에야 생각보다 비싸게 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패밀리세일에서 구매했지만 오히려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 몰에서 파는 가격보다 비싸게 산 셈이 됐다. 애초에 제품 값을 정가보다 부풀린 뒤 높은 할인 폭을 적용한 탓이었다. 배송 중 파손된 제품까지 있었지만 쇼핑몰 측은 처음엔 반품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여러번 실랑이한 끝에 겨우 파손 제품만 교환을 받긴 했지만 물건을 사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소비자 가격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 명품 특성을 이용해 애초에 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 할인 폭이 큰 것처럼 보이게 한 꼼수에 속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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