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연설 불참, G7 대응 이견…삐걱대는 ‘브릭스’ 회의
시 주석, 비즈니스포럼 개회식에 상무부장 보내 ‘대독’
회원국 확대 추진 놓고 반대 움직임에 불쾌감 표시 추측
룰라 “G7 대항마 아냐”…모디 “확장 움직임 환영” 이견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막을 올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즈니스포럼 개회식에 돌연 불참해 의문을 자아낸 데 이어 주요 7개국(G7)과의 관계 설정,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방식, 브릭스 확장 등 주요 의제마다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내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 핵심 일정인 비즈니스포럼 개회식에 예고 없이 불참했다. 애초 개회식 연설자로 예정돼 있었지만, 왕원타오 상무부장에게 대독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포럼 개회식에 나타나지 않아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고 전했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놀라움과 궁금증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다만 시 주석은 포럼 폐회식엔 참석했다.
중국 측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아 불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진 바 없지만, 일각에선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원하는 시 주석이 브라질과 인도의 반대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릭스 회원국을 늘리는 안건과 관련해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와 브릭스 몸집 불리기를 통해 미국에 대항하려는 중국은 회원국 확대에 찬성하고 있지만, 브라질과 인도는 난색을 보였다. 특히 중국과 국경 분쟁 등을 겪고 있는 인도는 브릭스에 가입하려는 국가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이들의 합류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는 브릭스의 확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합의를 바탕으로 이를 진전시키려는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혀 논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회원국 확대를 지지하되 기존 회원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G7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회원국 모두 딴소리를 했다. NYT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애초 회원국 확장과 서방에 대해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하지만 전쟁 범죄로 수배돼 직접 참석할 수 없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회의 중심으로 끌고 왔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서방 제재로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이 막혀 국제 식량 안보가 위태로워졌다”고 날을 세웠다. 시 주석도 포럼 폐회식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어떤 나라는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군사동맹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자신의 세력 범위를 확장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안보 딜레마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브릭스는 G7이나 주요 20개국(G20) 대항마가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모디 인도 총리는 더 나아가 “튼튼한 (제조업) 공급망을 위해선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서로 협력해 전 세계, 특히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 발전을 이루자”고 말했는데,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선 “제조업 중국 의존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완곡하게 표현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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