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병뚜껑 분리도 ‘척척’
재활용품 현금화 등 환경교육…어린이집 등 문의 잇따라
내년 5월 장소 대여 끝나 문 닫을 위기…지자체 지원 기대
“플라스틱병은 비닐옷을 뜯어서 따로 버려야 해요.”
지난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 ‘쓰레기 고객센터’에 모인 네 살 된 아이들 앞에서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인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11명은 플라스틱병을 들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은 강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안내에 따라 재활용품 수거함 앞에 섰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뚜껑 등을 분리하고 각자 다른 재활용함에 병을 넣은 후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어린이집은 일주일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아 쓰레기 고객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는 각종 재활용품들로 가득 찬 마대자루 2개가 눈에 띄었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면 주변의 동물들이 아파해요”라는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이집 원장은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안 쓰기’ 같은 환경교육을 반복하고 있는데 아이들도 곧잘 따라 한다”면서 “쓰레기 고객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강의를 듣다가 (제가)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재활용품 현금화 등 유인책을 통해 재활용품 수거율을 높이고,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난달 3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쓰레기 고객센터’는 페트병 등을 수거해 현금으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마트에 각종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고객센터가 있는 것처럼 쓰레기 문제를 상담해주는 고객센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쓰레기 고객센터는 환경운동연합이 기부금 1800만원을 들여 운영비용을 마련했다. 교육시간을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
시민들은 깨끗하게 세척한 재활용품을 모아 센터로 가져가면 수량과 무게에 따라 현금을 적립할 수 있다. 취급 품목은 플라스틱류 7종과 캔류 2종이다.
예를 들어 500㎖ 생수병 등 투병 페트병은 1개당 10원, 배달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1㎏당 250원 등이다. 알루미늄캔의 경우 1㎏당 최대 600원까지 적립된다.
시민들은 현금 보상을 지급하는 애플리케이션(CO2CO)을 내려받아 가입한 후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이 적립금은 오는 12월 말 현금화가 가능하다.
센터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줄이는 방법과 재활용률을 높이는 환경교육도 진행한다. 이에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마을 공동체 등의 교육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쓰레기 고객센터는 내년 5월까지만 운영될 전망이다. 장소 대여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지자체 지원을 받아 이후에도 계속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장정희 강사는 “재활용된다는 생각으로 페트병을 쓰고 분리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많은 분들이 쓰레기 고객센터를 찾아 자원과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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