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노동자 천국’ 코스트코, 한국선 왜 노동자 숨통 조이나
인원은 줄이고 노동량 늘려
인건비·노무비용 등 절감
‘한국적 방식’으로 이윤 챙겨
다국적기업 특성 탓 분석도
“새 점장 부임 후 코스트코는 빠르게 변했습니다. 인건비·매장운영비·직원들 복지 비용 등을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끼고 줄였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소리도 나왔습니다. 사망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코스트코 사망사고 유족 김길성씨는 지난 21일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폭염 중 카트 운반 업무를 하다 숨진 아들 김동호씨와 함께 일했다는 A씨는 사망사고가 무리한 인건비 절감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해외에선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스트코가 국내에선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다 노동자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한국에 처음 매장을 열 때만 해도 노동친화적 기업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23일 “코스트코는 저임금·착취로 대표되는 월마트 모델의 대척점으로 연구됐다”면서 “작업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유니폼 대신 청바지와 운동화를 착용케 하고, 계산대도 2인1조로 운영하는 등 여러모로 ‘좋은 모델’로 알려졌다”고 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도 “코스트코는 친노동자적인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랬던 코스트코도 20여년간 한국 시장에 적응하면서 다른 기업들처럼 ‘헬적화(헬조선과 최적화를 합쳐 만든 신조어)’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스트코의 경쟁 기업이 모두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코스트코도 같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시장의 강제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한국 상황에 맞춰 ‘헬적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기업 특성 탓에 노동조건이 열악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다국적기업은 본국으로의 이익 송금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진출국에서 브랜드 평판을 관리하기보다는 단기 이익을 내려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위기상황에서 그런 경향성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사장도 “한국 CEO 입장에선 단기 성과를 내야 본사로 갈 수 있다”며 “당연히 인건비·노무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다국적기업의 ‘반노동적 경영’이 비판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한국에서 철수한 프랑스 기업 까르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까르푸는 2005년 원가를 낮추려 납품업체 단가 17억3700만원을 부당하게 깎았고, 재고도 납품업체에 반품으로 떠넘겼다. 인건비를 줄이려 종업원을 파견직으로 채우기도 했다. 한국까르푸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3억89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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