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찬드라얀 3호, 인류 최초 ‘달 남극’ 착륙 성공
추진 모듈에서 착륙선 ‘비크람’ 분리
착륙 4시간 뒤 탐사차 ‘프라그얀’ 활동
영구음영지역에 얼음 상태 물 존재
유인 달 기지 구축 가속화 계기 마련
인도의 무인 우주 착륙선이 23일(현지시간) 달 남극에 내리는 데 성공했다. 인류가 만든 착륙선이 달 남극에 안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달 남극에는 물이 얼음 상태로 보존돼 있어 이번 착륙이 달 개발 속도를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자국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이날 오후 6시4분(한국시간 오후 9시34분)에 달 남극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찬드라얀 3호의 착륙 과정은 ISRO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착륙 성공이 확인되자 ISRO 관제센터를 긴장된 표정으로 지키던 연구진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착륙 상황은 화상을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지켜봤다.
찬드라얀 3호는 지난달 14일 발사됐고, 지난 5일 달 궤도에 진입했다. 달 궤도를 돌던 찬드라얀 3호는 추진 모듈과 착륙선인 중량 1.7t짜리 ‘비크람’이 결합된 형태였다.
이날 착륙 기동이 시작되면서 추진 모듈은 달 궤도에 남고, 비크람만 분리돼 월면으로 하강했다. 비크람은 역추진 장치를 켜면서 속도를 줄이며 월면으로 내려갔고, 결국 충돌 없이 안착에 성공했다.
비크람은 착륙하고 나서 4시간 뒤 중량 26㎏짜리 무인 탐사차량 ‘프라그얀’을 자신의 동체 내부에서 월면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프라그얀은 초속 1㎝의 저속으로 움직이며, 바퀴 6개가 장착됐다.
비크람에는 월면 온도와 열전도율을 측정하고 달 지진을 감지하는 기기 등이 실렸다. 프라그얀에는 달 토양과 암석에 섞인 원소를 알아내는 X선 분광계 등이 탑재됐다.
찬드라얀 3호 착륙 성공으로 인도는 달 남극에 사상 처음으로 착륙선을 안착시킨 나라가 됐다. 그동안 달에 착륙선을 안착시킨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뿐이었는데, 모두 남극은 아니었다. 충돌구가 많은 남극은 지형이 고르지 않아 착륙이 까다롭다.
그런데도 인도가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한 건 이곳에 얼음 상태의 물이 있어서다. 움푹 들어간 충돌구 안쪽에는 햇빛이 전혀 안 드는 ‘영구음영지역’이 있는데 여기에 얼음이 존재한다.
얼음을 녹여 만든 물은 사람이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 된다. 또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면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구에서 공수하지 않고도 달 현지에서 물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다.
인도의 달 남극 착륙으로 각국의 달 개발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세우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편, 러시아는 ‘루나 25호’를 통해 지난 21일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엔진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루나 25호는 착륙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달 표면에 충돌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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