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 불가’ 발언 역풍…여당은 ‘이철규배 비유대회’

조문희 기자 2023. 8. 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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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난 승객 아닌 주인”
이언주 “이미 난파선” 비판
김재원 “구멍 내면 못 태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배(선박) ‘비유 전쟁’에 빠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사진)이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에서 “잠시 배를 탄 승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이미 난파선이다” 등 비유와 현실 진단이 이어진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에서 “저는 잠시 배를 탄 승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이 당의 주인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이 당의 변화와 개혁을 해보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배가 침몰한다면 책임은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 당 지도부에 있다”며 “배 침몰이니, 승선 못하니 이런 말을 하는 건 공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8일 SBS 라디오에서 “만약에 이게 당이라는 배가 잘못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는지 아시나. 당 지도부에 있는 의원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고 했다. 배에 구멍이 나면 먼저 본인이 죽는데, 왜 구멍을 내겠느냐는 반문이다.

하태경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 악담을 구분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1일 KBS 라디오에서 “제가 얼마 전까지 선장이었던 사람인데, 그때 제 배에 구멍 내려고 했던 분들이 지금 와서 자기들이 배를 운전한다”며 “본인들이 한 것 때문에 배가 침수되는 건 전혀 모르고 누가 자꾸 사보타주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22일 KBS 라디오에서 “이미 난파선인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비유를 뒤틀었다. 그는 “선장한테 ‘이렇게 가면 다 죽어. 그러니까 빨리 수리를 하든, 네가 내려오든 해야 한다’ 이야기하는데, 그 사람들한테 ‘배에 구멍을 내고 있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장이 무능하면 선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우리가 배를 타고 가는데 승객 중 한 사람이 밑바닥에 구멍을 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태우고 갈 수 있느냐”며 이 사무총장 발언을 옹호했다.

이 사무총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의총에서 한 발언은 일부분 왜곡된 게 있다”며 “ ‘승선 못한다’가 아니라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 이런 얘기”라고 해명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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