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깎을게, 괜찮겠어?”...다급해진 이 회사, 출근 독려 한다는데

씨티그룹, 사무실 출근 거부시 임금삭감
JP모건, 간부진에 매일 출근 지시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매주 금요일엔 금융기관들로 밀집된 월가 사무실들이 텅비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최근 대형 금융사들이 앞다퉈 근무 방식을 재택에서 사무실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월가에서도 재택근무가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주 5일 사무실 근무를 회사 방침으로 정하고 이를 어기는 직원 단속에 나섰다고 블룸버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직원 다수는 사무실 근무로 복귀했지만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사무실 복귀를 주저하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는 말이다.

재클린 아서 골드만삭스 인사 담당 최고책임자는 이날 언론에 공개한 성명서를 통해 “필요시 융통성을 발휘하겠지만 우리는 직원들이 주 5일 사무실 근무를 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회사 규정을 직원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주5일 사무실 근무 정책은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는 “직원들, 특히 20대 등 젊은 직원들은 출근해서 업무를 배워야 한다”며 재택근무에 대한 반감을 여러번 드러냈었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경우 최근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출근을 종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가에서 사무실 출근 방침은 골드만삭스만 밀고 있는 게 아니다. 사무실 근무 일수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재택근무를 줄이고 사무실 근무를 늘리는 방향은 최근 금융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는 간부진들에게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확인하고 직원들의 출근 일수를 지키도록 각종 조치를 강구 중이다.

예컨대, 주 3일 사무실 근무를 방침으로 두고 있는 씨티그룹에서 사무실 출근을 거부하면 임금 삭감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최근 지점장급 간부들에게는 매일 출근하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월가의 재택근무 철퇴는 최근 빅테크의 사무실 출근 전환에 이어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택근무의 최대 수혜주였던 화상회의 서비스기업 ‘줌’마저 이달 초 최소 주2회 출근을 회사 방침으로 정한 것이 상징적인 사건으로 작용했다. 애플,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들도 최소 주 3회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분위기다. 백악관도 직원들에게 오는 9~10월 중 사무실로 복귀해 근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있어 완전한 사무실 근무로 전환되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이브리드가 이미 정착된 기업의 경우 식사제공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서서히 사무실 근무가 다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보안업체 캐슬 시스템스에 따르면 미국 10대 도시 사무실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만 출근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들어서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