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범죄’ 치안 공백 메우려 의경 부활시키나

유새슬 기자 2023. 8.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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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재도입 적극 검토”
전 정부, 병력 자원 감소에 폐지
대안 없이 ‘병력 끌어쓰기’ 논란

정부가 최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동기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경찰(의경) 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전임 정부는 병력 자원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의경을 폐지했는데 이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의경 제도 재도입에 따른 병력 자원 문제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를 발표하고 “치안 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해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며 “의경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경은 경찰청에 소속된 사실상의 준군사조직으로 군 복무를 대신해 경찰 업무를 보조했던 병력을 의미한다. 군에서 신병들을 경찰청이나 해양경찰청에 위탁하는 형식이었고, 복무 기간 동안은 경찰 신분이지만 복무가 끝나면 예비역 병장으로 만기전역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제도를 폐지했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된 경찰청 의경은 지난 4월 마지막 기수의 전역식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의경 제도 부활을 위한 별도 법적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제도적 근거인 ‘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무경찰대법)이 남아 있다. 의무경찰대법과 병역법에 따르면 경찰청장 또는 해양경찰청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의경 임용예정자를 추천하고 국방부 장관은 추천받은 사람을 현역병 지원자로 보고 전환 복무시킬 수 있다. 세부 사항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면 2021년 6월부로 중단된 의경 선발 절차는 재개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의경 최대 8000명 순차 채용”

병력 자원 감소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의경 제도를 완전 폐지 4개월 만에 재도입하는 것이 합당한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2018년 50만명대로 감소한 군 병력은 2022년 48만명으로 내려앉았다. 의경으로 전환 복무하는 인원이 다시 늘면 군 병력을 중장기적으로 유지·관리하는 데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의경을 폐지한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고 대안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제도를 재도입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경찰이 더 필요하면 경찰 인력을 충원해야지 손쉽게 군 병력을 경찰로 끌어다 쓰겠다는 발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병력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경이 4~5년 전에는 2만5000명까지 있었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근 범죄 상황, 테러, 사회적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인원이 필요하다”며 “기존 병력 수급이 늘어나는 게 아니고 기존 범위 내에서 국방부와 우선순위를 협의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여명, 주요 대도시 거점 투입 인력 4000여명 등 총 7500~8000명의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할 것”이라며 “7~9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경찰력을 당분간 주요 거점에 배치하기 위해 “경찰력, 기동대 인력, 필요하다면 특공대까지도 운영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율방범대 등 치안 보조 인력도 현장에 추가 투입하겠다며 “더 많은 인원이 길거리에서 가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 적기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입원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입원제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제도다.

정부는 정신질환 예방부터 일상회복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하고 범죄 피해자의 치료비, 간병비 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흉기소지 의심자, 이상행동자에 한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검문검색을 하고 시민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물리력으로 과감히 제압할 방침”이라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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