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버스 올랑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섬마을 사람들

권민재 기자 2023. 8. 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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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육지와 다리도 연결돼 있지 않은 섬마을에선 2~3대뿐인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운행횟수가 줄어서 한 번 타려면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새벽 6시 30분 어르신들이 모여 있습니다.

동네 마트 앞에 있는 이 마루가 어르신들에겐 둘도 없는 정류장입니다.

건너편에 정류장이 있긴 하지만 길을 건너야 하는 데다가 햇빛도 많이 들어서 오래 앉아 있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걸어서 30분이나 걸립니다.

허리가 아파 끌고 온 보행기는 따로 세워 뒀습니다.

[신태엽/전남 완도군 평일도 : 집에 갈 때 타고 갈라고. 내가 혼자 못 걸어 댕긴께.]

50분 넘게 기다려 힘겹게 탄 버스는 벌써 만원입니다.

[전남 완도군 평일도 동백리 주민 : 지금 감목리 가. 목욕하러 목욕하러. 한 달 만에 가.]

내릴 땐 손에 꼭 쥐고 있던 천 원 짜리 한 장을 기사에게 건넵니다.

전남 완도에서도 30분 넘게 배를 타고 가야하는 평일도엔 버스가 3대 있습니다.

그나마 아침 시간엔 한 시간에 1대, 낮에는 2시간에 한 대가 올까말까합니다.

[조정자/전남 완도군 평일도 : 강진에 약 타러 가. 병원에. 이제 늙어갖고 못 댕긴께 두 달 치를 주랑께 약을 두 달 치를 줘요.]

그래도 버스 3대 가운데 1대는 조금 특별합니다.

이렇게 배를 탈 수 있는 버스가 하루 두 번 있습니다. 배를 타고 아예 완도 시내까지 갈 수 있는 건데요.

워낙 노약자가 많다 보니 생긴 버스라고 합니다.

[김갑림/전남 완도군 평일도 : 물리치료 그런 건 많이 못 해. 시간이 (지나서) 차가 올까 무서워서…]

근처의 또다른 섬 보길도엔 버스가 2대 밖에 없습니다.

[오세진/보길도 버스 운전기사 : 학생들이 빠져나가니까 노인들만 몇 명 계시니까. 차가 점점 적어지다가 이제 이렇게…]

한참을 기다려 타면 반가운 얼굴들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 아따, 반갑습니다.]

유일한 교통수단이다보니 오래 기다려도 오는게 감사할 뿐 입니다.

[고춘자/전남 완도군 보길도 : 저는 버스 아니면 못 살아요. 혼자 있으니까.]

[김종율/전남 완도군 보길도 : {어디 가세요?} 예송리. 여기서 9시에 출발해요. {9시요? 그럼 지금 45분 기다리셔야 하는데.} 물건 보내려고 택배. 농협에서…]

주민들은 아침 시간만이라도 버스 배차를 늘려주길 원합니다.

[최행지/전남 완도군 평일도 : 버스가 참 없고…자주 있으면 좋지. 자주 있으면 우리들이 좋아요.]

하지만 읍면 단위의 예산만으론 쉽지 않습니다.

[김현주/전남 완도군 보길면장 : 정류장에 한참 앉아계시기도 하고 어른들 보면 당장 저희 읍면에서 시행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섬마을 사람들은 아픈 걸 참고 참다 시내에 있는 큰 병원에 갈 때, 또 한 달에 한 번 목욕탕에 갈 때 이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사람들에게 버스는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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