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밀린 채 뺨 30대 세면서 맞았다"…'바리캉 폭행남' 피해자 절규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나와 
지난달 4박 5일간 감금돼 폭행당해
바리캉으로 머리 밀고, 소변 누기도
남친, 성폭행·특수협박 등 구속기소

경기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에게 4박 5일간 감금당해 바리캉(이발기)으로 머리를 밀리는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유튜브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남자친구에게 감금돼 바리캉(이발기)으로 머리를 밀리는 등 폭행을 당한 20대 피해 여성이 유튜브에 나와 직접 피해 사실을 밝혔다. 가해자가 평소 집착이 심했고, 수시로 폭행을 휘둘러 위협한 사실도 추가로 나왔다.

피해 여성 A씨는 22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에 출연해 "지난 7월 남자친구가 도박이랑 주식에 손댈 때부터 폭언과 폭행이 시작됐다"며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욕을 했다"고 했다.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1년 반 전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다. 남자친구인 B씨가 호감을 표시해 교제를 시작했다.

B씨가 돌변한 건 올해 들어서부터다. B씨는 A씨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 하루 평균 카카오톡 메시지 300개, 전화 20통을 남기는 등 집착을 보였다. 그는 A씨가 다른 사람들과 연락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A씨의 휴대폰을 몰래 빼돌려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기기도 했다.

도박 등에 빠지면서 B씨의 집착은 심해졌다. A씨는 B씨의 강요로 지난달 7일부터 그의 오피스텔에서 감금에 가까운 동거를 하게 됐다. A씨는 "(동거 첫날) 처음으로 몸에 손을 댔다"며 "B씨가 '네 부모님 죽여줄까. 칼로 XX줄까'라고 했고, 실제로 차에 칼을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A씨가 구조된 지난달 11일까지 4박 5일간 B씨의 끔찍한 폭행이 이어졌다. B씨는 A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고, A씨의 얼굴에 소변을 누거나 침을 뱉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또 반려견용 배변 패드에 용변을 보라고 강요했다. A씨는 "갑자기 '열 받는다'고 하면서 목을 졸라 기절한 적도 4번 정도"라며 "수시로 폭행했고, 피하면 더 많이 맞았다. 하루 한 번씩 성폭행도 당했다"고 밝혔다. A씨를 나체 상태로 무릎을 꿇게 한 뒤 카메라로 촬영해 "잡히는 순간 유포할 거다. 경찰이 절대 못 찾게 백업해놨다"고 협박했다.

경기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에게 감금당해 바리캉(이발기)으로 머리를 밀리는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유튜브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B씨는 A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집 밖에 나갈 때는 항상 A씨와 동행했다. A씨가 잠이 들 때까지 감시했고, 본인이 잘 때 나가지 못하도록 문 앞에서 잠을 잤다. A씨와 면담을 한 김은정 변호사는 "A씨가 감금된 4박 5일 동안 얼굴, 머리, 명치, 정강이 등 신체 전 부위에 대해 폭행이 이뤄졌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 쪽 위주로 폭행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가 잠든 틈을 타 부모에게 "살려달라"는 문자를 보냈고,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지난달 11일 가까스로 구조됐다. 구조 이후에도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4박 5일 동안 수모와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마치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며 "피해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불안해했다. 변호사와의 면담에서도 A씨는 불안으로 과호흡을 호소했다.

B씨는 성폭행과 감금, 특수협박, 폭행 등 7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B씨는 "성관계는 A씨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한 것이며, 폭행도 A씨가 원해서 때렸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정 변호사는 "피해자가 밝힌 내용에 비춰 보면 아직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범죄 사실도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