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AG 도움 주겠다더니 이강인 등 차출 강행… 유럽 A매치→ 항저우 무리수 스케줄

김유미 기자 2023. 8. 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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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양보는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 일부를 기어이 유럽으로 데려갈 계획이다.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치고 중국 항저우로 향할 선수들에게 주어질 대회 준비 기간은 닷새 남짓이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9월 유럽으로 날아가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9월 8일(이하 한국 시간)에는 웨일스 카디프에서 웨일스 대표팀과 만나고, 12일에는 잉글랜드 뉴캐슬로 건너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하는 일정이다.

문제는 이 기간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정이 중복된다는 점이다. 아시안게임 조별 첫 경기는 9월 19일로 예정돼있는데, A대표팀의 사우디아라비아전이 끝나면 13일이 된다. 경기 후 곧장 중국으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여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지난 6월 A대표팀에 속했던 선수 중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과 겹치는 선수는 총 4명(이강인·설영우·박규현·홍현석)이다. 이들은 6월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엄원상 등 평소 대표팀에 자주 속했던 선수들도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A매치와 아시안게임, 둘 다 중요한 일정이다. 두 대표팀을 오가는 선수들에겐 유럽 원정과 아시안게임 모두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아시아 23개국이 금메달을 놓고 자존심을 겨루는 장이자, 우리나라의 경우 우승 시 병역 혜택이라는 보상까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대회다.

'거사'를 앞둔 아시안게임 대표팀 처지에서 선수 차출 문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일찌감치 선수들을 선택해 발표한 아시안게임 대표팀, 특히 황선홍 감독과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나 클린스만 감독은 배려와 양보 대신 중복 차출을 감행할 요량이다. 지난주 진행된 미디어와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그는 "두 일정이 겹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일정이 겹치지 않는 것일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약 닷새 앞둔 시점까지 A대표팀에 묶이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 발 물러나 웨일스전을 치른 후 선수들을 항저우로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국내서부터 최소 1~2주 이상 소집 훈련을 진행한 기존 선수들 틈에 녹아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거로 예상된다. 또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며 생기는 시차, 그로 인한 피로는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이와 관련해 클린스만 감독은 "A대표팀 선수로서 수준 높은 경기를 소화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가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며 두 대표팀을 오가는 선수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경기력 측면에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다. 소속팀에서 A대표팀, 그리고 다시 아시안게임 대표팀이라는 각기 다른 환경으로 옮겨가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각 팀에서의 임무, 팀 스타일, 주변 동료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이강인의 차출 문제는 특히 화제였다.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파리 생제르맹과 계약서에 차출 동의 조항을 삽입했다. 강한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구단과 계약 과정에서까지 언급했을 정도이니, 아시안게임은 이강인에게 인생이 걸린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차출에 걸림돌이 없으니 일찌감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의 중요성을 이해했다고 말했지만 "9월 A매치에 (이강인을) 활용해야 하기에 A대표팀에 소집한 뒤 아시안게임에 합류한다"라고 말하며 못을 박아버렸다.

아시안게임은 구단들의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인 만큼,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이 A매치 기간 직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무사히 조기 합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하나 해외 구단들의 협조를 구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양보하고 협조할 사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는 것. 그게 바로 젊은 선수들의 앞날,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이 언급한 '한국 축구'의 미래에도 진정한 도움을 주는 일일 테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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