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통이 부린 마법?...양손 가득 채워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대형마트에서 ‘상품 진열’은 곧 ‘매출’이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어느 자리에 진열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최대 4배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들은 저마다 회사에 맞는 진열 기법과 판매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쏟는다. 결제데이터에 기반해 점포별 지역 특성에 따라 진열하는 상품의 개수를 다르게 하거나, 연관구매율이 높은 상품끼리 같은 진열대에 나란히 두는 식이다. 혹은 주력 신상품은 진열대에서 가장 먼저 손이 닿는 위치인 ‘골든존’에 배치하기도 한다.
롯데마트는 매장 진열 프로그램 ‘플래노그램(Plan of Program, POG)’을 통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2008년부터 POG 시스템을 전점 상품 진열에 적용해오고 있다. 현재는 상품 카테고리 별로 POG를 운영·관리하는 10여명의 POG팀을 통해 전 점포를 통일된 표준 가이드를 통해 운영한다. 평균적인 가이드로 상품을 진열하면서도, 점포별 특성에 따라 상권에 맞는 점별 적정 진열 개수를 수립해 상품을 운영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타 점포에서는 취급을 하지 않거나, 판매 데이터가 좋지 않아 진열 면적이 적은 상품들도, 특정 상권의 특정 점포에서 잘 팔리면 매대에 진열되는 상품 개수(페이싱)을 늘려 더 많은 고객에게 노출 시키는 확대 진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POG팀의 주요 업무로 ‘진열원칙 관리’가 있다. 여름엔 아이스티, 겨울엔 코코아 상품처럼 ‘시즌 상품’을 계절 변화에 맞춰 매장에 배치하는 것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느낄 수 있도록 계절별 진열안을 만들고, 트렌드와 판매 추이를 수시로 살펴 매출이 늘어나는 상품의 진열 공간을 넓힌다. 일례로 팬데믹 기간에는 하향 트렌드를 보였던 세계맥주 진열 매장을 축소하고, 매출이 급상승한 와인과 위스키 매장을 넓힌 게 예다.
롯데마트는 또 고객이 구입한 상품 데이터를 분석해 연관구매율이 높은 상품을 바로 옆 자리에 진열하고 있다. 가령 수박 매장 옆에 칼과 수박 보관에 용이한 밀폐 용기를 연관 진열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하이볼 트렌드에 발맞춰 양주 매장에 토닉워터와 레몬즙을 함께 진열하는 것도 같은 예다.
홈플러스도 최적의 진열을 위해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를 포함해 실제 구매 패턴과 고객 시선이 이동하는 방향까지 분석한다. 이를 위해 ‘CDT(Customer Decision Tree) 기법’을 개발했다.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의 연관성을 진열에 곧바로 반영하는 것이다. 고객이 최근 1~2년 간 어떤 상품을 구매했고, 함께 구입한 상품은 무엇인지, 구매 이후에는 어떤 물건을 샀는지 등을 결제시스템(POS)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통상 와인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당도, 원산지, 품종, 바디감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POS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1만원대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2만원대 이상의 와인을 구입하지 않지만, 2만원대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3~4만원대 제품까지 구매하는 등 고객의 구매 패턴에서 쇼핑 포인트를 찾아내 진열에 적용하는 것이 ‘CDT 기법’이다.
◆주력 신상품은 진열대 3~4단 ‘골든존’에 선배치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진열대 높이는 2m정도다. 상품은 고객이 팔을 뻗어 상품을 집을 수 있는 170cm까지만 진열한다. 소비자들이 진열대에서 가장 먼저 보는 위치를 ‘골든존’이라고 부른다. 어깨부터 허리 사이에 위치한 진열대 3~4단이 골든존에 해당한다.
홈플러스 진열대의 골든존 높이는 100cm~160cm이다. 대형마트 주요 고객층인 20~40대 여성의 평균키(155cm~160cm)와 고객의 눈높이, 사람이 15도 아래를 보고 걷는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 설정된 높이다. 홈플러스 측은 “미래의 핵심 고객층이 될 10대~20대 여성의 평균키가 4cm 정도 증가한 만큼 골든존도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골든존에는 주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나 전략 상품인 유통사 자체상표(PB) 제품을 먼저 진열한다. 진열대의 최상단에는 되도록 신상품을 진열해 멀리서도 고객이 신상품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과자 수요가 높은 70여개 점포의 과자매장에서 롯데마트가 단독으로 출시한 ‘브라우니 한국 시리즈’를 골든존에 진열해 신상품에 대한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과거 K-뷰티의 인기가 커질 때는 우리나라 브랜드의 탈모 케어 샴푸를 골든존에 배치해 이전보다 판매량이 20% 늘어난 사례도 있다.
진열대의 좌우에도 상품을 진열하는 전략이 숨어있다. 홈플러스는 진열대 왼쪽에 카테고리 대표 상품이나 가장 저렴한 상품을 진열해둔다. 이는 사람의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쇼핑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왼쪽에 가장 저렴한 상품을 배치해 고객에게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를 준다.
◆품종이 다양해진 과일은 ‘맛’에 따라 분류
대형마트에 방문하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 코너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과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최근 과일·채소 코너에서는 ‘진한맛, 순한맛, 강한맛’으로 분류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마트 토마토 매장에는 순한맛 토마토, 진한맛 토마토, 강한맛 토마토로 구분된 토마토들을 볼 수 있다.
현재 마트에는 대추 방울토마토, 찰토마토, 완숙토마토 등 기존 인기 토마토를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토마주르, 스테비아 토마토, 젤리마토 등 새로운 토마토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토마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 동시에 선택권이 많아져 고르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생겼다”며 “이마트의 진한맛 토마토, 순한맛 토마토, 강한맛 토마토 구분은 구색 강화에 따른 단점을 보완하고, 고객이 직관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를수 있도록 한 진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완숙토마토와 찰토마토는 순한맛, 대추방울토마토는 진한맛이다. 이색적이고 고당도를 특징으로 하는 젤리마토, 허니토마토 스테비아 토마토 등은 강한맛이다. 맛 뿐만아니라 각 맛에서 다시 품종별로 상품을 나눈다.
샐러드도 똑같은 채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진열 방식이 남다르다. 최근 샐러드 붐과 함께 새싹채소, 과채, 양상추, 유럽채소믹스 등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마트는 띠지 색상을 속성별로 다르게 해서 시각적 차별화를 뒀고, 동일 속성끼리 모음 진열했다. 속성에 따라 분류하면 양상추 믹스는 파란색, 유러피언 믹스는 분홍색, 새싹 믹스는 초록색 등 5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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