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아주까리기름
막걸리 주전자에 탄 농약 사건 이후로 농한기 모정의 화투도 줄고, 우중에 김치전 잔치도 덜한 모양 같아. 불신을 넘어 증오로까지, 어디서 어떤 테러를 당할지 몰라. 요샌 젊은것들이 소락때기(소리)를 지르며 송곳니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봉변을 당할까 꾸짖지도 못하고 ‘노참견, 노간섭’ 냅둬 버리게 된다. 테러리스트 말고 ‘때려리스트’라고 있는데, 일단 때리고 보는 자들은 주머니에 합의할 뭉칫돈이 그래도 있는 양반들. 그 정도 무식한 분들을 위한 법조 서비스도 갖춰져 있는데, ‘유전 무죄’라고 하는 서비스.
할매들은 종종 ‘굉기하다’는 말을 쓴다. 기이하고 특이하다는 뜻. 굉기한 얘길 하나 해드릴까. 사내애들 포경수술을 뜻하는 우리말이 아니라, 아주까리라는 기름이 있어. 들어는 봤나 아주까리기름. 저 유명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등장하기도 하지.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기억들 나실 테다. 요걸 한약방에서는 피마자라 하지. 씨앗을 찧어 아주까리기름을 짠다.
그런데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파시스트 우익들이 이른바 ‘빨갱이 사냥’을 한다면서 지식인들을 잡아 가두고, 아주까리기름을 강제로 먹이곤 했다. 대표적인 고문용 약물. 먹는다고 죽진 않지만 구토와 함께 똥줄 끝까지 짜내는 설사와 복통을 유발해. 의자에 묶고 입에 들이붓는 게 예사. 성모 마리아보다 한 끗발 높은 ‘눈 깔란 말이야’를 만나게 되는 순서가 이어진다.
마치 바다에 뿌려진 아주까리기름 같은, 후쿠시마의 핵오염수 방출 시작. 어거지 강제가 아니면 무엇인가. 원해서 마시는 게 아니질 않는가. 국밥집이나 이발소에 흔하게 ‘하면 된다’ 액자가 걸려 있었지. 뭘 하면 되는 건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하면 된다’ 똥개처럼 굽신거리면서, 머리엔 반들반들 기름을 바른 자들의 선전물. 지들은 예쁘자고 머리에 바르면서, 우리에겐 그걸 입으로 먹으라 하네.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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