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AI와 불안한 미래
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좋다. 챗GPT와 스테이블디퓨전을 즐겨 쓴다. 그런데 이런 나도 앞으로 일어날 일이 불안하다. AI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중산층이 휘청일 것이다. “생성형 AI가 업무 시간을 60~70%로 줄인다.”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지난 6월 보고서다. “챗GPT가 글쓰기 시간을 40% 줄이고 성과물은 18% 좋게 만든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7월에 낸 논문이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멀리 보면 반갑지 않다. “2013년과 2021년 사이, 디지털로 대체 가능한 직군은 임금이 깎였다”는 연구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로봇과 AI가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것.” 2016년 스위스 은행 UBS의 전망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따위 편견은 깊어질 수 있다. 편견이 담긴 데이터로 학습하면 AI도 편견에 젖는다. 2016년 AI가 미인대회 심사를 맡았는데 밝은 피부색 참가자만 상을 주더란다. “다양한 피부색 데이터 없이는 편향된 결론을 낸다.” 기술 책임자도 인정했다. 2019년 구글의 AI는 권총 닮은 체온계를 흑인이 들면 ‘권총’으로, 백인이 들면 ‘체온계’로 인식했다.
많은 사람이 가짜뉴스 문제도 지적한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던 문제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그럴싸하게 가짜뉴스를 만든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가 경찰에 잡혀가는 가짜 사진이 돌았다. 5월 미국 국방부 청사가 폭파된 가짜 사진이 나오자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집중력 문제도 언급하고 싶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람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된다. 생성형 AI는 사람을 빠른 답변에 길들인다. 문제 하나를 오래 붙들지 않는 세상이다. “집중력 저하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 <도둑 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쓴 요한 하리의 주장이다. “AI와 SNS 시대의 뉴스는 육하원칙을 벗어던지고 스낵컬처가 되었다. 쇼트폼 뉴스는 독자가 진위를 판가름하기 전에 끝나며 다음 영상으로 전환된다. 독자는 이전의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착각한다.” 문화연구자 김경수는 지적한다. 정치와 사회 문제가 인터넷 밈처럼 소비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상상한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불만에 찬 사람들은 차별에 익숙해진다. 그럴싸한 가짜뉴스에 분노하며, 사람들은 소수자를 공격하는 선동에 휘둘린다. 팩트체크로 뒤늦게 거짓을 걸러낸다 해도, 사람들은 이미 그 사건을 잊었다. 집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다른 사건에 몰려가 분노한다. 극우 세력이 자라기 맞춤한 환경 아닌가.
그렇다고 생성형 AI를 멀리하자는 말은 아니다. 진 류와 제인 마골라스가 지은 <파워 온>이라는 청소년 책이 있다. AI에 얽힌 차별의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 그 때문에 다양한 사람이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성형 AI에 대한 내 생각도 비슷하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AI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같은 때 우리 창작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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