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아동 성폭행범 징역 10년→7년 감형…“젊으니까”

집행유예 기간 범행·피해자 엄벌 요구에도 감형
‘성평등 걸림돌’ 선정 판결 등 ‘젠더 감수성’ 의구심도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2020년 12살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의 형량을 징역 10년에서 7년으로 감형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7년에는 총회 구성원 자격을 요구하는 서울기독교청년회(YMCA) 여성 회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판결을 내려 여성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보수 성향이 뚜렷할 뿐 아니라 ‘젠더 감수성’도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재판장이었던 서울고법 형사8부는 지난 2020년 11월 미성년자의제강간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12살 아동을 3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초범도 아니었다. 과거 군 복무 때는 아동과 온라인으로 음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들통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제대 후에도 온라인에서 알게 된 아동 2명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게 하는 범행을 저질러 보호관찰과 함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ㄱ씨가 앞선 사건의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기간 중에 발생했다.

이 후보자는 ㄱ씨의 형량을 감형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개선·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젊은 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ㄱ씨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은 데다 피해 아동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아 그 가족들은 ㄱ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상태였다.

또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여성을 6차례 성폭행한 20대 남성 ㄴ씨의 형량을 징역 7년에서 3년으로 감형해주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피고인이 범행을 전부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해 그 범위 내에서는 피해가 회복됐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까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개선·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청년”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6년 전에 성차별을 외면한 판결을 내렸다. 당시 그가 재판장이었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는 서울기독교청년회(YMCA)의 여성 회원들이 여성에게도 임원 선출권 등이 있는 총회 구성원(총회원) 자격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서울기독교청년회는 총회원 자격을 ‘남성’으로 정해 여성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반 회원만 가능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용인될 수 없는 성차별”이라며 판단해 1심을 뒤집고 여성 회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