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약속 깨, 바다가 쓰레기장이냐"…후쿠시마 어민의 분노
방류에만 '30년'…잔해 처리 오리무중
[앵커]
이번엔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도, 우리 못지않게 방류를 앞두고 걱정과 불안이 큽니다.
총리가 약속을 어겼다, 바다가 쓰레기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도 있었는데 김현예 특파원 보도 보시고, 바로 현지 연결해 보겠습니다.
[기자]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약 50㎞ 떨어진 신치마치항.
15살부터 뱃일을 시작한 오노씨가 그물을 손보며 출항 준비를 합니다.
일본 정부가 내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발표한 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현 어부 : 바다가 쓰레기장은 아니잖아요? 정말 요즘 시대에 방류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하지만, 바다에 안 나갈수도 없습니다.
어부들에겐 바다가 생계가 달린 일터란 겁니다.
오노씨는 기시다 총리가 어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현 어부 : (총리가) 약속을 어겼다고. 한 나라 총리가 약속을 깨도 됩니까? 아이들에게 뭐라고 할 겁니까?]
방류를 하고싶으면, 대도시인 도쿄 앞바다에서 하라고도 했습니다.
인근의 소마항 해변.
음식점을 운영하는 니헤이씨가 문을닫고 아들과 낚시를 하러 왔습니다.
내일(24일)부터 가게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니헤이/음식점 사장 : 그것(방류)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쭉 이어지니까. 평생이잖아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고통받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 쪽으로 더 내려가 봤습니다.
원전이 가까워질수록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보입니다.
저는 지금 후쿠시마 원전에서 5㎞ 떨어진 해변에 나와 있습니다.
원전 사고가 난지 12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귀환곤란구역 표시가 돼 있습니다.
한쪽엔 흉물로 변한 건물이 한 채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제가 돌아본 후쿠시마현 원전 일대는 여전히 사람이 살지 못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조만간 방류금지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습니다.
[앵커]
김현예 특파원, 오늘 일본이 한국을 배려해 오염수 방류 시기를 늦췄단 주장이 나오던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기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배려해서, 오염수 방류일을 뒤로 미룬 것이라고 보도한 겁니다.
애초 지난 16일 이후 방류할 계획이었는데, 공교롭게 한미일 정상회담이 그 직후인 18일로 잡히면서, 우리나라를 배려할 필요가 생겼단 주장을 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오염수 방류 전후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한국 내 비판여론이 커질 수 있다"며 뒤로 밀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연초부터 올해 상반기나, 올여름 안에 방류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8월 이달 안에 방류는 기정사실이란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이제와서 우리나라를 배려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사실 그 며칠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염수 방류는 결국 내일부터 시작되죠. 후쿠시마 원전을 폐쇄하기 위한 전단계 아닙니까, 그러면 일본은 일본만의 다음 계획이 또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12년 전 폭발한 원전을 폐쇄하기 위해 오염수를 먼저 방류하는 겁니다.
그런데 오염수 방류에만 30여 년이 걸립니다.
문제는 원자로에 쌓인 핵연료 찌꺼기, 데브리라고 부르는 찌꺼기가 약 880t이 남아있는데, 이를 어떻게 제거할진 사실상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염수를 방류해도 새로운 오염수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송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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