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기대 접고 포기"…'오염수 방류'에 日 시민들도 화났다
"초밥 좋아하는데…신경 안쓸 수 있겠나" 걱정
수산물 시장 상인 "너무 급한 결정…소문 피해 걱정"
찬성 시민도 "정부가 안전하다…믿을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두고 일본 내에서도 우려를 보이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시민들도 오염수 방류가 해산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23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택시 기사 카와노베(50)씨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말 슬픈 일이다. 초밥을 매우 좋아하지만 점점 더 (해산물을) 먹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정말 (오염수 방류를)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일본 시민들이 분노를 넘어 무관심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나왔다.
카와노베씨는 "한국 사람들도 화가 나 있지만, 일본인 중에서도 화가 난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본인 중에서는 반쯤 포기한 사람이 많다. 화를 낸다는 것은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인데, 이제 일본인들은 거의 기대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수산물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 영향을 더욱 우려했다.
츠키지 수산물 시장 상인 오무라 히로시(50)씨는 "후쿠시마의 어부를 생각하면 왜 그런 짓(오염수 방류)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후쿠시마 시민들의 생각을 무시하고 정부가 너무 급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는 생선을 스페인 등 해외에서 수입하지만 모든 바다는 연결돼 있으니 그러면(오염수 방류)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소문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30대 모리모토씨는 "오염수를 언젠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의 브랜드 (평판이) 떨어질까 봐 조금 무섭다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특히 상인들은 오염수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후쿠시마 해산물에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릴 것이라며 걱정했다.
후쿠시마 해조류를 판매하는 상인 후카야(50)씨는 "일본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세계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면 일본만 (오염수 방류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후쿠시마의 소문 피해는 크기 때문에 걱정은 된다. 후쿠시마 어부 연합이 반대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만큼 믿겠다는 것이다.
나카무라 유키(20)씨는 "과학적으로 일단 흘려보내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들었다"며 "이 부분을 믿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노 쇼타루(20)씨는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정부에도 큰 타격이 올 것이라서 그런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이르면 오는 24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24년 3월까지 바다에 방류할 오염수 양을 3만 1천여 톤으로 예상했다. 오염수 전체 양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면서 일본 내 시민사회 등에서도 반발 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어민 단체들은 방류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일본 최대 어민단체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어업인과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것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도 "우리는 방류에 반대하는 형태로 앞으로도 임하겠다"고 말했다.
야당도 당장 방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공산당과 사민당은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민당은 오는 27일 후쿠시마 현지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이어 나갔다. 방류 당일인 24일에는 일본 환경단체들이 도쿄전력 앞에서 방류 반대 집회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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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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