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둔 화약고` 노란봉투법·방송법…민주당의 속내는

임재섭 2023. 8. 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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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에서 열린 제22차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 대회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국회 중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하겠다며 공세를 펴던 더불어민주당이 9월 국회에서 두 법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게 비회기를 만들어줌과 동시에 수많은 현안 속 대여공세에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현안이 많아 민주당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에서 열린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 대회'에 참석,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정책 중 하나인 '기본소득'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와 간담회를 하면서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관련 일정은 지속한 반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으로는 여론전을 계속하지 않고 새 주제의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까지도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같은 날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여야가 가능한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며 거듭 중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8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더 이상 핑계 대지 말고 지금 당장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라"며 불만도 드러냈다.

강성지지층인 양대 노총의 반발까지 각오하고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미룬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과적인 대여공세를 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최근까지 1특검 4국정조사를 언급하는 등 넓은 전선을 형성해 여당과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안이 많고 각각의 현안이 복잡한 탓에 여론의 피로감이 큰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반사이익은 얻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최고위원회 직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수)방류 이전과 이후의 민심은 다를 것"이라며 "국민 체감도, 민감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오염처리수 문제에 대해 '국민안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폐기 등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겪은 데 반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앞세울 실제 성과가 사실상 없다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일련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는 많지 않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비회기를 만들어줘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비회기를 만들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9월에는 정기국회가 열려 100일동안 진행되는 것이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비회기를 만들려고 해도 8월 말 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만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하게 되면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회기를 강제로 종료하는 '회기 쪼개기'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지 않으면, 8월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국회가 열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민주당이 강행처리 법안을 잠시 접어두고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촉구한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처리 속도 조절과 관련해 "노란봉투법 등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의미가 있는 법안이고, 또 윤 대통령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하면 의외로 오래가지 않는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핵심지지층의 세 결집을 오래 묶어두면서 체포동의안 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여론을 최대한 희석하려는 의미가 강하다고 본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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