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점·방앗간 처마엔 제비둥지…생태관광지 된 신탄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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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란 놈이 꼭 사람 사는 디다 지 살림을 차린다니께. 고놈 참."
지난 21일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시장 골목의 한 잡화점 위로 새끼 제비 두마리가 날아올랐다.
신탄진시장에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정숙(57)씨는 "사람이 많이 오가고 모이는 곳에 제비가 둥지를 잘 튼다"며 "특히 할머니들이 자주 모여 수다 떠는 곳을 제비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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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선 배설물 받이 나눠줘
“제비란 놈이 꼭 사람 사는 디다 지 살림을 차린다니께. 고놈 참.”
지난 21일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시장 골목의 한 잡화점 위로 새끼 제비 두마리가 날아올랐다. 제비들이 앉은 잡화점 차양에 작은 새 둥지가 있었다. “올해만 저 둥지서 새끼를 두번이나 깠어. 4마리씩 8마리를 낳았는디 저것들도 그놈들 중의 하나지.” 잡화점 사장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제비를 찾으러 함께 나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여름 철새인 제비는 남쪽 나라(열대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에 우리나라에 와 번식을 하는데, 대부분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새끼를 낳는다”며 “저 둥지에서도 여러해 제비 번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대전·충남 지역에서 ‘새 박사’로 통한다.
신탄진시장은 제비가 많아 ‘제비마을’로 불린다. 잡화점뿐 아니라 방앗간, 기름집, 미용실, 건강원, 화장품가게, 소품가게 등 시장 곳곳에 제비집이 있다. 주로 상점 차양 구석이나 뼈대 구조물, 조명 위에서 제비들이 집을 지었다.
신탄진시장에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정숙(57)씨는 “사람이 많이 오가고 모이는 곳에 제비가 둥지를 잘 튼다”며 “특히 할머니들이 자주 모여 수다 떠는 곳을 제비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일과 8일에 오일장이 열리는 신탄진시장은 금강이 가까워 진흙 등 둥지 재료를 구하기도 쉽다. 제비가 번식하기 안성맞춤이란 얘기다. 김정숙씨는 “해마다 찾아온 객을 내쫓지 않고 제비집 받침대를 설치해주는 등 제비와 공생하려는 시장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도 이곳을 제비마을로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는 곳에 번식하는 특성을 가진 제비는 과거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농약 사용과 가옥 구조 변화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대도시인 대전도 농경지가 부족하고 대부분 아파트라 제비 번식이 쉽지 않지만, 시장과 버스터미널 등 일부 지역에서 집단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 실제 지난 21일 대전 서구 서부터미널을 둘러보니 10개 이상의 제비집이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대전 지역에 서식하는 제비와 귀제비를 모니터링했는데 150여마리의 제비가 번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비의 한 종류인 귀제비도 사람 사는 곳에서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 대전 4개 지역에서 귀제비 둥지 80개와 제비 34쌍, 68마리의 서식을 확인했고, 제비 둥지 96개와 42쌍, 84마리도 관찰했다. 이 단체는 제비 번식기 배설물 민원을 줄이기 위해 제비 둥지 받침대를 나눠주고 있다. 이경호 처장은 “제비 번식이 확인된 지역을 보전해 사람과 제비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과 시민들의 불편함을 개선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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