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에 공권력 오남용 우려…‘불심검문’ 흉악범죄 예방책 될까 [사사건건]
닷새 동안 981명 중 40명만 입건
거동 수상자 등 판단기준 제각각
“보여주기식… 핀셋형 근본 대책을”
경찰이 흉악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불심검문’ 통계 집계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경찰 사이에서 치안 활동보다 ‘실적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최근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시민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헤드록‘ 등 강경대응하며 피해자의 경동맥이 파열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와 시민들 사이에서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불심검문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거동 수상자’나 ‘죄를 범할 우려가 상당한 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경찰의 주관적 해석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윗선의 실적 압박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불심검문을 통해 흉기소지자보다는 도로교통법위반 등 경범죄처벌법 위반 행위를 검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파출소 소속 A 경감은 “불심검문 매뉴얼이 있지만, 누가 수상한지는 현장 경찰 ‘촉’에 맡겨지는 편”이라며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다 보니 밥 먹는 시간도 쫓겨가며 신호위반, 번호판 미부착 이런 경범죄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청이 발표한 불심검문 결과에 따르면,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된 이후 4∼8일 닷새간 총 981명을 불심검문해 40명이 입건됐다. 그 외 104명에겐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범칙금이 부과됐고, 314명은 경고조치 후 훈방됐다. 불심검문 대상 중 절반 이상(523명)은 별다른 혐의가 없는 일반 시민이었으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검거된 104명도 흉기소지와는 무관했다. 나머지 훈방 조치된 건들도 ‘비비탄 총’ 등의 모형총·검을 소유했거나 노상방뇨 등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도 처벌하기 힘든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후 경찰 내부 게시판에 실적 경쟁을 우려한 일선 경찰의 반발이 있었고, 경찰청은 불심검문 통계 집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경찰 “불심검문 강화” 한목소리…전문가들 “근본 해법 아냐”
한편 이날(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통해 “흉기소지 의심자, 이상행동자에 한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검문검색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에서 무리한 불심검문이 계속될 여지가 적잖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나아가 경찰은 현행법을 개정해 불심검문을 할 때 시민에게 신원 확인 및 임의동을 강제로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시민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신원 확인, 소지품 검사 등을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경찰의 불심검문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민에게 협조를 구하지 않고 검문·검색을 해 공권력을 남용하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문이 이뤄지더라도 우범지역 등에서 반드시 국민의 전적인 동의 하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불심검문은 치안 활동에 무능하다는 국민적 비판에 대해 경찰이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지만, 불안한 민생치안의 해법은 아니다”라며 “불심검문, 장갑차 배치는 권위주의 시절 경찰 활동으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일 뿐, 경찰청·서 초과 인력을 지구대·파출소로 재배치하는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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